2015-2016 프로농구 1위 팀 고양 오리온은 강했다. 최근 상승세에 올라있는 부산 케이티는 오리온이 달아날 틈을 주지 않았다. 17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양팀의 대결은 끊임없는 공방전 양상이었다.
3쿼터까지는 그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오리온의 우세가 예상됐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1라운드 MVP 헤인즈를 비롯해 문태종, 김동욱, 허일영, 이승현 등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케이티는 이날 경기 전까지 2연승을 달렸다. 선수층은 오리온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이 돌아왔고 박상오가 건재하며 이재도와 박철호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3쿼터에 한해 실시되는 외국인선수 2명 동시 출전의 효과가 가장 큰 팀이 케이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승부처는 3쿼터였다.
오리온은 46-41로 전반전을 마쳤다. 케이티는 3쿼터 시작과 함께 박상오, 이재도의 연속 3점슛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케이티의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의 최대 수혜자다웠다. 감각적인 패스 연결로 동료들에게 수차례 오픈 기회를 제공했다.
오리온도 만만치 않았다. 48-49로 뒤진 3쿼터 중반 이승현, 김동욱 그리고 다시 이승현의 3점슛이 연속으로 터졌다.
오리온의 외곽 공세는 계속 됐다. 허일영과 전정규도 외곽 지원을 거들었다. 케이티 수비가 바깥을 신경쓰자 조 잭슨이 벼락같이 골밑을 파고들어 3점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오리온은 3쿼터 2분22초를 남기고 67-56으로 달아났다.
케이티로서는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3쿼터에 점수차를 좁히지 못한 게 아쉬웠다. 오리온이 3쿼터를 73-65로 앞선 채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외곽포에 있다.
오리온은 3쿼터 10분동안 3점슛 8개를 던져 6개를 적중시켰다. 이승현의 활약이 단연 눈부셨다. 3점슛 3개를 넣었고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리온이 누리는 이승현 복귀 효과와 케이티가 얻는 조성민 복귀 효과 중 어떤 게 더 크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 효과가 더 큰 것 같다며 웃었다.
오리온은 이승현이 있어 4-5번 포지션에서도 외곽 득점을 창출해낼 수 있는 팀이다. 상대 수비가 커버해야 하는 공간을 넓히는 요즘 트렌드의 농구다. 슈터는 많고 영리하게 패스를 돌릴 줄 아는 선수도 많다. 득점 대결로는 상대가 없다.
외곽슛이 뒷받침 된 오리온의 3쿼터 경쟁력이 결과적으로 케이티보다 더 나았다. 케이티가 강해지는 고비를 잘 넘긴 오리온은 4쿼터 초반부터 헤인즈의 득점이 폭발해 승기를 잡았다.
결국 오리온은 케이티를 99-85로 꺾고 6연승을 질주했다. 3쿼터까지의 긴장감에 비해 최종 점수차는 제법 컸다. 오리온은 시즌 전적 11승1패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3연승 기회를 놓친 케이티는 시즌 전적 5승7패가 됐다.
헤인즈는 26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승현은 18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올렸고 허일영과 조 잭슨은 각각 13점씩을 보탰다.
케이티에서는 이재도가 18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올리며 분전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