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척'하면 강태용 '착'…20년 공생관계 끝날까

'유년기 가난' 유대감에 호형호제하다 다단계 사기서 찰떡궁합

지난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58)의 2인자 강태용(54)의 국내 송환이 임박하면서 4만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둘의 20여년 '공생관계'도 마무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호형호제한 둘은 다단계 사기로 수많은 피해자를 울린 뒤 2008년 말 경찰 수사망을 뚫고 중국으로 도피했다.

이후에도 둘은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등에서 피해자들을 등친 돈으로 성형하고 '황제 도피생활'을 즐기는 등 유사 행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송환 후 곧바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강씨가 적극적으로 진술하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조씨의 중국 내 구체적인 도피행각과 사망 여부, 은닉재산 규모, 검·경 및 정관계 등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등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강씨가 끝까지 입을 다물며 조씨의 모든 흔적을 덮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조희팔의 사망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뒤늦게 일부러 잡혔다"는 등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처럼 강씨가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둘의 공생관계는 한 축이 허물어지거나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모든 눈이 강씨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 수사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국내 수사기관을 비웃음거리로 만든 조희팔 관련 각종 의혹 해소는 조씨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강태용에게 전적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1957년 경북 영천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초등학교 졸업 후 대구로 와 막노동, 도박판 허드렛일 등으로 생계를 이었다.

1990년을 전후해 대구에서 만난 조희팔과 강태용은 이후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어머니가 막일하며 생계를 이었을 정도로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자란 강씨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씨는 형이 근무하던 한 다단계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웠고, 48세이던 2004년 10월 지인들 도움으로 다단계 업체 ㈜BMC(Big Mountain Company)를 세웠다.

조씨는 이후 강씨를 사업에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는 데 십분 이용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강씨는 대구와 인천, 부산에 기반을 둔 유사수신 업체들의 부사장을 맡았다. 주로 조씨 업체의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등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

조씨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면 강씨는 사기 행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사람을 꾀는 재주도 뛰어나 다단계 교육센터에서 투자자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대구 한 국립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대학을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04∼2008년 조씨와 강씨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끌어모은 회원은 4만∼5만여명에 이른다. 피해 규모는 4조원 가량인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조씨 등은 사기를 치고 번 돈을 골프, 도박 등에 흥청망청 썼다.

그러나 조씨 사기 행각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자 강씨는 자신의 고교 인맥 등을 활용해 사건 무마 등을 위한 로비에 적극 나섰다.

강씨는 고교 선배·동기생인 검찰 관계자 외에도 경찰 총경 등을 상대로 수 십억원의 뇌물을 뿌렸다. 경찰 회식자리에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수사망이 점점 자신들을 조여오자 강씨는 2008년 10월 조희팔 측근 몇 명과 먼저 중국으로 도주했다. 2달 뒤 조씨도 먼저 달아난 강씨 등 협조로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양식업자 박모(42)씨 배를 타고 격렬비열도를 거쳐 서해 공해상으로 나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중국측 배에 옮겨탔다.

이후 조씨 일당은 중국에서 호화 도피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煙臺)로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이 찾아오자 식사와 양주를 대접하고 함께 골프도 쳤다.

그러던 조씨는 도피 3년 후인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사망 근거로는 유족이 찍었다는 장례식 동영상과 중국 당국이 발행한 사망진단서가 전부여서 '위장 사망' 의혹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는 "조씨가 현재 산둥성 일대에서 현지 폭력조직 비호 아래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조씨의 국내 내연녀 등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비 등을 전달한다고 했다.

최측근 강씨는 7년 동안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김상전 바실련 대표는 "조씨나 강씨의 차명계좌 등을 통해 정관계 인사 등에 뇌물이 건네졌을 가능성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다단계 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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