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정상회담에 반발 예상…판은 깨지 않을 듯

북한은 17일 끝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거세게 비난하면서도 당장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도발 행위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핵문제와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전례없이 별도의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발 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북한이 남북간의 긴장을 대화 분위기로 바꾸고 북중관계 복원에 나서는 등 대외정세 관리를 위해 장거리 로켓 발사도 자제하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그만큼 반발도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이 그동안 한미정상회담에 보여준 행태로 볼 때 앞으로 2∼3일 안에 국방위원회,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통치기구와 대외 및 대남 기구를 앞세워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대대적인 비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을 향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며 적대 정책이 지속되는 한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 뿐 아니라 한미중 협력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가까지 언급하며 대북 압박 의지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기존의 북핵 문제의 해결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에 대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까지 운운하며 핵억제력 강화를 천명할 수도 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의 평화협정 체결 제안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비판할 가능성도 크다.

남측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외면하고 외세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난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8·25 합의' 이후 남측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을 뿐 더러 박 대통령을 향해 '흡수통일 망상'과 외세의존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모처럼 마련된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남북이 합의한 당국회담도 당분간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태도를 봐가면서 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한미가 동시에 비핵화를 얘기하는 건 본질을 왜곡한 적반하장이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할 것"이라며 "특히 남한에 대해 미국 땅에 가서 우리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에 의한 비난전과 위협의 수위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이면서도 당장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 수위가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적시됐지만 새로운 행동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당장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동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년째 삐걱거리던 북중관계가 최근 복원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같은 도발 행위도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지 않으려는 북한의 속내는 북한 지도부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창건 기념 행사 참석차 방북한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류 상무위원과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안정과 관련돼 있다며 남북이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남북대화와 긴장 완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북한의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을 가진 채 경제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남측의 지원을 바래서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 관리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당장 사흘 뒤로 다가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깨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무산 위협을 시사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강하게 반발하며 비난하겠지만 중국의 행보 등을 고려해 당장 도발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비난전을 편 뒤 상황을 지켜보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 카드를 검토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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