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소된 전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에 대해서는 별건인 뇌물수수죄가 적용돼 유죄가 선고됐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무리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법원은 조 전 비서관이 유출한 문건은 원본이 아니라 추가 출력물이거나 사본이어서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정윤회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처벌하려고 무리하게 대통령기록물법을 확대해석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처럼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한 배경을 국민들은 다 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문건유출자에 대한 엄단을 촉구하면서 검찰이 무리하게 나섰던 것이다.
정작 문건을 통해 논란이 됐던 대통령 비선조직에 대한 수사는 형식적이었고 문건 작성과 유출자만 처벌하려 했던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하명수사는 이 뿐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KT 회장에 선임돼 연임까지 한 이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퇴하라'는 압력에 맞서 사퇴를 거부한 이후 혹독한 수사를 받았다.
6개월동안 KT 본사와 임직원 등의 자택 등 40여곳이 압수수색됐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임직원이 70여명에 달했다.
이 전 회장이 사퇴하지 않은 데 따른 보복 수사이자 검찰권의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사안이다.
8개월간 진행 중인 포스코 수사 역시 대통령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청구한 핵심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고 최종 타겟으로 알려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생 이상득 전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여부를 놓고 검찰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유독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안을 파기했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정작 대화록을 통째로 공개했던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무혐의 처리했다.
선거유세과정에서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고 유세과정에서 그대로 읽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법률은 하나인데 살아있는 권력과 죽은 권력에 대해 적용하는 잣대가 다르다.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결과는 참혹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쫓겨났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모두 좌천됐다.
검찰이 청와대 눈치나 살피며 하명에 충실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국민은 모두 아는데 검찰만 모르는 듯하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권이 어떻게 행사돼야 하는지 검찰 내부의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