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금융개혁, 산으로 가면 어쩌나

대통령·경제부총리 연일 개혁부진 질타…여당은 TF까지 꾸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연일 금융개혁 부진을 질타하고 여당은 TF까지 구성하면서 금융개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재촉과 압박은 오히려 금융개혁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박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사진=청와대 제공)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낡고 보신적인 제도와 관행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시스템 전반에 경쟁과 혁신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개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며 한 말이다. 지난 3월 16일 임종룡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개혁 정책 추진에 여념이 없는 금융위원회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미 금융위원회가 도입이나 시행을 결정한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펀딩, 계좌이동제를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재촉했다.

한국 경제 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현지 날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페루 리마에서 훨씬 더 나갔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금의 금융개혁은 개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최 부총리는 "오후 4시에 은행 문 닫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느닷없이 금융개혁 초점을 '금융권 노사문제'로 바꿔 놓았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금융위원회가 미덥지 못한지 '금융개혁 TF'까지 꾸리고 나섰다.

집권 여당이 핵심 국정과제 해결을 위해 TF를 만드는 게 크게 이상할 건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을 부르짖은 지 7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TF를 구성한 데서 금융개혁 주무 부처에 대한 여당의 불신이 엿보인다.

금융개혁 필요성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산업 중 가장 보수적인 부문인 금융을 개혁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중앙대 경영학과 박창균 교수는 19일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기다려 주지 못하고 자꾸 몰아붙이면 2000년대 초 신용카드 같은 사태가 난다"고 경고했다. 금융개혁을 빙자한 섣부른 규제 폐지 또는 완화로 우리 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도 금융개혁 중심에 지금처럼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를 둠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금융개혁 체감도가 낮다'는 비판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을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한다.

한양대 경영학부 이상빈 교수는 "금융위원회 설명은 앞뒤가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먼저 금융회사가 잘 돼야 금융소비자도 좋아진다'는 건데 그럼 금융회사가 잘 되기까지 소비자는 불편과 불만을 참고 견디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교수는 "철저하게 금융소비자 돈으로 이익을 내는 금융산업 속성상 모든 정책의 중심과 수혜 순위 맨 앞에는 금융회사가 아닌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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