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70킬로미터로 달려 도착한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노은면은 전국 1195개의 면 소재지 중에서 가장 변화가 적은 곳으로 꼽힌다. 과거 면소재지 거리와 건물, 간판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정미소, 양조장, 떡 방앗간, 농약사, 철물점이 존재하고 약국 이전에 약방이 터 잡았고 문방구와 만물상이 경쟁했던 곳. 바로 학교와 지서, 우체국과 면사무소가 있는 고향 마을의 행정수도인 면 소재지다.
하지만 방송은 한 번도 그들의 삶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과거를 지켜 온 그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 왔을까. 그곳 여자들의 삶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오는 18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스페셜 '여배우와 노은면 여자'에서 그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노은면에는 여주 자매가 산다. 동생은 노은면 남자를 만나 터를 잡았고, 언니는 동생 결혼을 말리러 왔다가 또 다른 노은면 남자를 사랑하게 돼 역시 이곳에서 살아 왔다.
서울에서 온 미장원 원장은 이곳이 처음부터 싫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향으로 온 남편은 마냥 신났다. 매일 반복되는 술자리와 모임들로 여자는 화가 났고 고독해졌고 레슬링에 빠졌다.
맞은편 노은면 출신 미장원 원장은 고향이 좋다며 보름 전 이곳에 미용실을 오픈했다.
부동산 홍 사장은 땅 보러 오는 손님은 귀찮아도 술과 친구들은 한없이 좋아한다. 남편의 거짓말에 속아 평생 엮였다는 안주인 여자는 "결혼은 다시 않겠다"며 "능력 있으면 여자는 혼자 살아야 돼"라고 주장한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노은면 남자를 만나 노은면 여자가 된 그들은 한결같이 "그래도 이곳 남자는 착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