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등 사립대에 이어 국립대 교수까지 국정 교과서 제작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 양정현 역사교육과 교수는 15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부산대 재직하는 역사전공 교수 24명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정 교과서 추진을 강행하자 집필 거부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양 교수는 "국정 교과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지원했던 정치 세력에 의해 공론화됐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필 거부 선언은 이런 방식으로 교과서를 쓰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학자로서의 양심선언"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교과서 집필은 헌정질서의 문란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교수들도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긴박하게 논의 중이다.
서울대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는 "집필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교수들과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 사학과 교수의 집필거부는 들불처럼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강원대·전남대·제주대 등도 국정 교과서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조만간 집필 거부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립대 사학과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대와 중앙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사학과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역사를 국정화하는 것은 전제정부나 독재체제에서나 행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따라 편찬된 교과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민주주의적 사고능력의 성장을 가로 막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 김상범 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1세기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건 미래세대에 좋지 못한 유산을 남기는 것"이라며 "전문가들과 학회에 맡기고 여러 출판사가 경쟁해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필 거부 성명서를 발표한 가톨릭대의 채웅석 국사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정교과서를 폐기했다"며 "다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진전시켜 온 민주화가 다시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역사학 관련 교수 9명은 15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국정화 정책은 시대착오적, 비민주주의적, 비교육적이고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나는 것"이라며 "집필을 포함 국정 교과서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협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이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고려대와 경희대 한국사학과, 사학과, 역사교육과 등 교수 전원이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했다.
이밖에 서강대와 덕성여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도 역사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집필 거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