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1년 전 강연, 왜 새삼스레 지금 문제인가"

"박정희 친일 인연 강조했을 뿐 죽였어야 한다고 말한 적 없어"

지난 10월 13일 밤 TV조선은 <강남 고등학교에서 "박정희 더 일찍 죽였어야" 수업…학생 반발>이란 제목의 '단독보도'를 하였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14일부터 15일 아침까지 수십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한홍구 교수는 10월 15일 오후 3시 각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본인의 강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 교수는 2014년 11월 28일 문화다양성 포럼 초청강연에서 실제 발언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올렸다.

"저놈(김창룡)이 정말 많은 사람을 죽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죽여도 될 사람을 하나 살려줬어요. 남로당이 한국군부에 침투시킨 최고위 프락치였으니까, 그때 기준으로 치면 뭐 죽여도 여러 번 죽였어야할 자(박정희)인데 그자를 만주에서 같이 놀던 놈이라고. 그놈이 잡히니까 '김창룡을 만나게 해 달라', '김형 나 좀 살려주쇼' 그랬더니 이제 살려줬어요.

아 그때 딱 죽여 버렸으면 우리역사가 조금은 바뀝니다. 대통령이 두 자리는 확실하게 바뀌어요. 박정희니까. 박정희 그때 죽여 버렸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죠. 우리 언니(박근혜)는 태어나기도 전이에요. 태어나 보지도 못하는 거였는데 살려 줬습니다. 오늘의 박근혜를 있게 한, 오늘의 박근혜가 있기까지는 뭐 이런 분들의 다 은덕이 있는 거죠.

남로당이 한국군부에 침투시킨 최고위 프락치였던 박정희가 1948년 여순반란 사건 이후 전개된 숙군사업에서 체포되어 죽음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지고 확인된 역사적 사실입니다. 여순반란 사건 관련자들이 수십 명 씩 무더기로 총살당하던 시절이니, 박정희 급이었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박정희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김창룡. '빨갱이 사냥'이란 명목으로 숱한 사람들을 죽였다.
이 발언에 대해 한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만약 이때 숙군 책임자 김창룡이 박정희의 호소나 박정희의 만주군 선배인 원용덕, 백선엽, 정일권 등의 구명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박정희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박근혜는 태어나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을 뿐입니다. 이 이야기가 왜 '박정희를 죽였어야 한다'로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동영상을 본 어린 고등학생이 그렇게 오해했다 치더라도 기자라면 마땅히 동영상을 보고 실제 발언내용을 확인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만주군 예비소위 다카기 마사오(조선이름은 박정희). 일본 육사 졸업 후 2달간의 사관 견습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기 직전인 1944년 6월말 일본군 소조(상사) 복장을 입은 모습이다.
이 문제를 처음 보도한 TV조선은 <이슈해결사 박대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금수저 좌파, 한홍구의 정신세계'라는 17분 31초짜리 긴 특집을 내보냈다.

이 프로에서 진행자는 "한 교수가 '박정희가 일찍 죽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월간조선 권세진 기자는 한 교수의 강연 내용에 대해 "이승만을 세월호 선장에 비유하고, 김일성이 얼마나 훌륭한 독립운동가인가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두 시간짜리 동영상 어디에서도 김일성의 독립운동을 언급한 것이 주를 이루기는커녕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패널로 출연한 정태원 변호사는 한 교수의 외조부를 거론하면서 "유진오 박사는 우리가 알기로 대한민국 헌법의 아버지"라고 하면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한다면 외할아버지를 부인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한 교수는 유진오 박사와 관련해 이렇게 해명했다.

"문제의 김창룡 관련 발언 이후 약 15분 뒤에 저는 제헌헌법에 대해 길게 설명한 것이 팩트TV 동영상에 나와 있습니다. 동영상에는 1부와 2부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제 발언이 편집되었습니다만, 남아 있는 분량만 해도 15분, 잘려나간 분량을 합치면 약 25분 간 제헌헌법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반영하는 제헌헌법의 내용을 국민들이 잊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전체 강연의 1/4 가까이를 할애하여 소개하였던 것입니다."

이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저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헌법을 파괴하고 유린한 자들의 행각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최근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는데 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근 1년 전에 한 강연이 지금 새삼스럽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다수의 국민과 거의 모든 역사학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일본군 헌병 출신인 김창룡 육군 특무대 간부가 똑같이 만주에서 친일을 했던 박정희 만주군 중위 출신을 살려준 것이 민족의 비극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 역사적 사건을 학자의 양심, 판단에 따라 발언했다는 것이다.

민족 반역자로 불리는 김창룡과 박정희,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만주군 인맥의 문제는 국정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살펴볼 과제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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