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빠른 팀이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딱 도루 100개를 채웠다. 지난해는 7위,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올해는 8위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차전 1개, 3차전 2개의 도루 실패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한 차례 도루에 실패했다.
그런데 염경엽 감독은 뛰는 걸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염경엽 감독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도루 실패로 잃은 것도 있지만, 반대로 얻은 것도 있다"면서 "계속 움직이니까 상대도 그것에 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5회말 무사 2루에서 박병호가 움직임을 보여준 덕분에 유한준의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통과했다. 유격수 김재호가 박병호의 움직임에 반응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투수의 템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염경엽 감독은 "베이스 위에서 계속 움직여주면 투수가 똑같은 템포로 던지지 못한다. 그래야 실투도 늘어난다"면서 "사실 견제로 죽으나, 2루에서 죽으나 똑같다. 그 타이밍을 이겨내면 2루에서 살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상대를 정상적인 상황에서 경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번트 수비도 마찬가지다. 희생 번트라도 쉽게 주지 않고, 과감한 시프트 수비를 펼치는 이유도 바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함이다.
염경엽 감독은 "싸울 때 상대가 조금은 힘들어야 한다. 도루를 계속 시도하면 상대 코치도 선수들에게 계속 주문을 하게 된다"면서 "번트도 시프트를 통해 타자를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조건 뛰는 것은 아니다. 3차전 1회 고종욱의 도루 실패는 선취점을 위해서였고, 5회 유한준의 도루 실패는 다음 이닝까지 내다본 작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승부를 하면 큰 것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유한준은 5회였고, 볼 카운트도 봤다. 죽어도 다음에 김하성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무조건 살겠다는 도루는 아니었다. 무조건 살겠다는 생각이었으면 초구부터 시도했을 것이다. 단1회에는 선취점 욕심을 냈다. 병살타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서건창에게 번트 지시를 하기는 싫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