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W의 한 기술자는 2011년 상급자에게 배출가스 조작 행위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법에 저촉된다고 보고했으며, 당시 엔진개발부문 대표에게까지 전달됐으나 무시당했다고 최근 독일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그러나 VW의 어두운 역사는 이것만이 아니다.
회사 내 비리를 보고한 직원을 노조와 경영진 모두가 따돌리고 해고하는 등 잘못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내부고발자 지원 시민단체 휘슬블로어네트워크(WN)를 이끄는 요하네스 루트비히 함부르크경영전문대 명예교수는 "VW의 기업문화는 위계질서와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면서 홀거 슈펭글러 사건을 그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지난 2000년대 초 VW 카셀 공장의 기술부문 중간간부인 슈펭글러는 공금 유용과 비용부풀리기를 통한 착복 등 조직 내의 부패 사례들을 목격했다. 이 부패엔 노조도 연루돼 있었다.
슈펭글러는 여러 해 동안 자신의 직속상사는 물론 감사담당관, 경영진에게까지 차례로 이런 사실을 보고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2003년엔 마침내 주주들과 감독이사회에도 편지를 보내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며칠 뒤 그는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후 그는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자신이 재직 중 출원한 특허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별도 소송을 진행하는 기나긴 법적 투쟁 속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슈펭글러가 제기한 것과 같은 VW 사내 부패 문제 가운데 일부는 몇 년 뒤 검찰 수사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005년 노동평의회(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의 섹스관광과 불법 보너스 수수 추문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당시 인사 담당 이사 페터 하르츠도 이와 관련해 집행유예와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추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에게 발탁돼 실업급여 축소 등 이른바 '하르츠 노동복지개혁'을 입안했다.
회장 등 최고경영진도 연루돼 있는 의혹을 샀으나 처벌을 받지는 않았으며 이런 관행이 이어져 결국 가스배출 조작이 드러나 최대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독일에서 공식적으로는 대부분 상장기업 종업원들은 사내 부정행위에 대해 상관이나 감사 담당부서에 알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할 경우 배신자로 찍히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이나 집단적 공격을 당하고 심지어는 슈펭글러 사례처럼 해고당하기도 한다.
DW는 독일에는 2002년 사반-옥슬리법을 제정한 미국과 달리 내부 제보자를 해고 등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는 구체적 법규가 없다.
따라서 기업문화 등의 개선과 함께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부고발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보복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자신의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다양한 익명 제보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인 '핫라인 전화'는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는다. 녹음된 목소리를 증거로 내놓으면 기업이 음성인식장치를 통해 제보자 신원을 파악해서다.
이 때문에 독일 사법 및 감사당국, 일부 기업은 '비즈니스 키퍼 모니터링 시스템'(BKMS)이라는 인터넷 제보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발신자의 인터넷 프로바이더(IP) 주소를 추적·보관하지 않아 익명성을 유지해준다. 스파이들의 연락방법 중 하나인 '발신인 부재 우편함'(데드레터박스)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방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익명을 보장할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BKMS의 효과를 보는 기관이나 기업이 적지 않다고 DW는 전했다.
독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년 동안 가격담합 등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받은 제보 996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 시스템을 통해 접수했다.
안드레아스 문트 공정거래위원장은 "물론 모든 제보가 유용하지는 않고 공식 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이 제도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담합이 예방되거나 와해되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