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유신체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41년만이자, 2007년 폐지 이후 8년만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부활되는 것이다.
2017년 1학기부터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게 된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안고 있는 문제는 셀수 없이 많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정책이 대통령 한사람의 뜻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인 지난 2013년 11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여의도연구소는 당시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이라는 제목의 정책리포트에서 "국정제는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재춘 현 교육부 차관도 대학교수 시절인 2009년 연구 보고서에서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인 반면 검·인정 교과서는 이른바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에서만 사용되는 국정교과서를 우리가 다시 채택한 이유는 오로지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다.
이어 지난해 2월 교육사회문화 분야 업무보고에서도 "정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오류와 이념편향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역사학자와 일선 역사교사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야당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이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진영간 분열과 대립이 심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한마디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강행된 것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정화에 반대하던 여당 의원들은 입장을 바꾸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학계와 야당, 시민사회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대통령 한사람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헌법 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대통령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청와대의 국정교과서 폭주로 우리 사회는 다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문의 영역, 다양성의 영역에 놔둬야 할 부분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창의적 교육을 말하면서 획일적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우리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