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로켓 발사 등의 무력시위로 대내 결속과 대외 과시에 나설 것이란 다수의 예상이 ‘다행스럽게’ 빗나간 것이다.
통일부 평가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 10일 열병식은 2012년보다도 적은 규모의 장비가 동원됐고 무력 과시보다는 경축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중앙방송과 달리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조선중앙TV를 통해서는 자극적인 용어를 자제하는 등 대외 이미지를 염두에 뒀다.
김정은 제1비서도 축하연설에서 ‘인민사랑’을 반복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외적으로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했다.
지난 8.25 남북합의 이후 다소 진통을 겪긴 했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당초 예상을 깨고 뚜렷한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가 남북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 가능성을 우회적으로나마 내비침에 따라 오는 16일(현지 시간)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됐다.
한미 정상이 기존의 원칙론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남북, 북미 간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이번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당 상무위원을 파견하며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힌 것은 제재·압박 위주였던 대북공조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복원이 한미 양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북 지렛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지렛대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공조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을 생각하면, 중국의 이번 대북 접근법은 결이 사뭇 다르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조의 균열 조짐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시 “제재 이상의 것”(존 케리 미 국무장관)으로 압박한다는 강경대응 방침 하에 중국과 러시아에도 다짐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북중 통로에서 ‘구멍’이 다시 커진 셈이다.
다만 중국은 지난달 초 한중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공언했던 점으로 미뤄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려는 ‘건설적 역할’에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으로선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채 마냥 흔들 수만도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방한한 토니 블린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과 의미있는 협상을 하려는 의지를 의심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진지한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때문에 북한과 중국이 이번 노동창 창건 이벤트를 계기로 미국이 요구하는 ‘진지한 자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