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했다. 다 잡았던 경기를 내줬기 때문. 넥센은 전날 1차전에서 9회말 2사까지 두산에 3-2로 앞섰다. 그러나 마지막 아웃 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해 승부가 연장으로 흘렀고, 결국 넥센이 10회 끝내기 3-4 패배를 안았다.
조상우 등판 시점에 대해 논란이 적잖았다. 넥센은 8회 박병호의 희생타로 3-2로 앞서가자 필승 카드 필승 카드 조상우를 조기 투입했다. 앞서 또 다른 필승조인 한현희의 투구수가 3개밖에 되지 않았던 터였다.
조상우는 8회는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결국 9회만 사사구 4개를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조상우로 경기를 끝내려던 넥센의 계산이 어긋나고 말았다. 조상우의 투구수는 48개나 됐다.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한현희는 8회 선두 타자 민병헌에게 5타수 3안타 타율 6할로 약했다"면서 "누상에 주자를 둔 뒤 바꾸면 조상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은 욕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염 감독은 비슷한 말을 했다. 삼성과 한국시리즈(KS) 등 포스트시즌 때 좌완 불펜이 1명도 없는 명단에 대해서였다. 당시 넥센은 앤디 밴 헤켄과 오재영 외에는 왼손 투수가 없었다. 좌타자가 즐비한 LG, 삼성을 상대로 우완 불펜으로만 맞선 것이었다.
이에 염 감독은 "나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좌완 투수들을 명단에 넣을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면 욕은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질 것을 알면서 욕을 피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넥센은 LG는 눌렀으나 끝내 삼성의 좌타 라인을 넘진 못했다.
넥센은 얇은 선수층 때문에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특히 불펜 필승조는 손승락과 한현희, 조상우 등 3인방을 빼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염 감독은 "향후 김택형 등을 기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