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최근 3년 동안 MVP를 독식해온 팀이다. 자타 공인 최고 거포 박병호가 2012, 2013년을 석권했고, 지난해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201개)를 때려낸 서건창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병호는 올해도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 4년 연속 홈런(53개)-타점(146개) 1위를 차지한 강력한 MVP 후보다.
뿐만 아니다. 넥센은 지난해 사상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도 MVP 후보였다. 올해 최다 안타 1위(188개) 타율 2위(3할6푼2리) 유한준은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메우며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통산 3번 구원 1위에 오른 손승락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 차세대 마무리 조상우까지 넥센은 불펜도 특별하다.
반면 두산은 상대적으로 MVP급 선수는 적다. 홈런 7위(28개), 타점 6위(121개), 타율 10위(3할2푼6리)에 오른 외야수 김현수, 타율 11위(3할2푼리) 포수 양의지(20홈런 93타점) 외에는 마땅한 골든글러브 후보가 없다. 다만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전력을 뽐낸다.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두터운 백업 자원들이다.
▲넥센 이끈 박병호, 이를 넘은 두산 선수층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이 그랬다. 10일 잠실에서 열린 두 팀의 격돌은 정상급 선수들이 뭉친 '넥센져스'와 이른바 '슈퍼 노멀(Normal)'의 대결이었다.
넥센 타선은 리그 최강을 다투는 박병호가 이끌었다. 박병호는 3회 박동원의 솔로포에 이어 6회 1점 아치로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두들겼다. 잠실구장의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8m 홈런으로 괴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런 넥센에 맞선 건 두산 타선의 협력이었다. 한방은 없었지만 끈질긴 승부로 거구들에 맞섰다. 175cm, 70kg의 가냘픈(?) 정수빈은 6회 안타로 추격의 득점을 올린 데 이어 7회 2-2 동점 2루타를 때려냈다.
여기에 두산은 경기 중 교체돼 들어온 백업 자원들이 맹활약했다. 7회 동점 장면에서는 볼넷을 골라낸 홍성흔의 대주자 정진호의 발이 빛났다. 희생번트로 2루까지 간 정진호는 상대 폭투 때 3루까지 진루해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
압권은 연장 10회말이었다. 두산은 교체 멤버들이 결승점을 합작했다. 1사에서 8회 대타로 들어온 최주환이 좌중간 2루타로 단숨에 득점권을 만들었다. 이후 다시 대타로 나선 박건우가 상대 불펜 김택형으로부터 천금의 우중간 적시타로 경기를 끝냈다. 지난 2009년 입단해 7년 만에 첫 가을야구에 나선 박건우 최고의 날이었다.
일단 첫 판에서는 두산 선수 전체의 힘이 넥센의 선택된 주축들을 넘어섰다. 그러나 넥센은 올스타급 선수들의 힘으로 최근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뤘다. '넥벤져스'의 대반격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지, 두산의 슈퍼 노멀들이 이를 막아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