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은 현지 기상 악화 탓에 예정보다 5시간 가량 늦은 우리시간으로 오후 3시 30분쯤 시작돼 2시간 가량 실시됐다. 이른 아침 비가 내린 뒤 오전 내내 먹구름이 끼면서 시계가 불안해 야크기와 AN-2기 등의 편대비행이 제한되는 등 인원과 장비의 상태가 행사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치러진 열병식 주석단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우측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군부인사가 도열했다. 중요 외빈인 중국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의 왼편에 섰다. 그 옆으로 김기남·최룡해 당비서 등이 자리했다. 쿠바 대표단도 주석단에 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이날 열병식에서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일 때 이후 3년 만에 육성 연설을 실시했다. 그는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 줄 수 있으며, 조국과 인민의 안녕을 사수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위적 핵전력 확보 등 기존의 핵개발 당위성을 강조하는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사랑하는 인민’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인민중시, 군대중시, 청년중시’를 거론하는 등 인민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연설은 25분가량 진행됐다.
연설에서 북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구두 도발’을 자제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중국 정치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은 전날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혈맹’을 강조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열병식에서는 탄두형태가 변형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등장해, 군사적 시위가 완전히 포기되지는 않았다. KN-08은 2012년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됐으나, 이번에는 탄두가 둥글게 바뀌어 공개됐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 1만2,000여km로 추정되는 KN-08의 탄두 형태가 바뀐 것이,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했다는 의미인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300mm 신형 방사포의 경우는 이날 최초로 공개됐다. 최대 사거리가 240km로 휴전선 인근에서 충남지역의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북한은 아울러 앞서 공개한 핵배낭 부대를 열병식에 참가시키는 등 비대칭전력을 과시했다. 다만 올 봄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항일무장투쟁 부대 복장을 갖춘 병사들을 시작으로 한 열병식에는 육해공군 3만여명이 참여했으며, 평양시민 20만명도 카드섹션 등을 위해 행사에 동원당했다. 항공기 편대는 2차대전 때 기종인 야크기와 AN-2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노동당 표식이나 ‘70’이란 숫자의 모양대로 비행했다.
열병식에는 우리 돈으로 1조원대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