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사 8개월, 길어지는 이유 뭘까?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 8개월째, 검찰이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협력업체를 7번째 압수수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검찰이 이번에는 경북 포항 지역구 4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거의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던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업체가 등장하면서 수사는 장기화되고 있다. 최종 결과를 떠나 유례없이 길었던 수사 방식은 엇갈리는 평가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에는 이병석 의원? 수사 막판에 새 협력업체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8일 포스코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 중 조명수리업체 S사와 전기배선 공사업체 P사의 포항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S사 대표 한모(60)씨, P사 대표 박모(63)씨의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특혜를 받았다며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협력업체는 총 7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들은 정 전 회장의 재임 시절 일감이 늘어나는 등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 취임 이전과 이후 변화가 포착됐고 그 원인이 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특히, 두 업체 대표 모두 이상득 전 의원 뿐 아니라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과 인연이 깊다.

S사 대표 한씨는 3선 포항시의원을 지냈으며 이 전 의원과 이 의원이 졸업한 동지상고 출신으로 총동창회장도 맡았다.


P사 대표 박씨는 이병석 의원의 고향 친구로 알려졌으며, 이 의원과 친분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P사 역시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매출 규모가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포스코 수사, 엇갈린 평가 나와

하지만 검찰이 수사 8개월만에 새로운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새 인물을 용의선상에 오르는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며 수사를 마무리할 뜻을 보였던 검찰은 이달 들어서 새로운 수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 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이례적으로 5번 소환조사하고,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토대로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장 청구 결정에 신중한 사이, 정 전 회장과 주변인물을 계속 소환하면서 연루된 협력업체를 하나,둘 늘리는 형식이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흐지부지된 인물들도 생겼다. 검찰이 수개월간 공을 들였던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경우 지난 8월 12일, 18일 두 차례 소환조사했지만 검찰은 몇 달이 지나도록 배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핵심 제보들이 뒤늦게 쏟아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의 정상화'라는 수사의 진정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인물을 보고 시작한 수사가 아니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장과 정권에 의해 사유화된 포스코 비리의 본질을 파헤치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특수수사 방식 뿐 아니라 "환부만 도려내겠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방침과도 한참 거리가 멀어 검찰 안팎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남기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법조계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는 결과를 떠나 특수수사의 방식을 두고 내부에서 많은 쟁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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