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교육 수장인 황우여 부총리도 국정화와 검정강화 사이에서 고민하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국정화를 포기했으나 박 대통령의 의지에 눌려 국정화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황 부총리는 취임 후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생각보다 강한 것을 알고 검정강화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황 부총리는 지난 달 교수들과 역사교사, 14개 시도 교육감 등이 잇달아 국정화 반대성명을 발표한 뒤 교육부에 검정강화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정화 공식 발표가 임박했는데도 황 부총리측은 "부총리는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지 국정화나 검정강화를 말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와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도 황 부총리는 국정화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사전에 교육부 장관이 예단을 갖도록 여러 얘기를 하면 절차적 문제가 있어 상세한 말씀을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만 말했다.
청와대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어선 안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2월 발언을 소개하며 검정강화가 아닌 국정화에 강한 의지를 확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교육부 수장이 국정화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당초 청와대 비서관에서 차관으로 옮길 때만 해도 한국사 국정화의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자신의 '전력'에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차관은 국정화와 관련해 일체의 입장 표명이나 공개적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무성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국정화에 강한 의지를 밝히는 것과 달리 우려를 나타내는 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나는 황 부총리처럼 검정을 강화하면 된다는 생각이지만 공개적으로 말하면 당 지도부 뜻에 반하는 것으로 비쳐지니 말을 못하겠다"고 실토했다.
교문위의 또 다른 한 의원도 "국정화가 맞느냐 검정강화가 맞느냐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하겠다"면서도 "청와대와 정부, 당 지도부의 입장이 정해진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왜 하필 총선을 몇개월 밖에 남겨두지 않은 지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끄집어내 이념논쟁을 벌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주관부서인 교육부의 수장과 차관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국정화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상황이어서 향후 국정화가 추진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