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두산은 2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올랐지만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으로 한결 여유가 묻어났고, 3년 연속 PS에 진출한 넥센은 지난해보다 더욱 각오가 비장했다.
특히 두산 선수들은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뽐냈다. 벌써 7번째 PS에 나서는 김현수는 "내가 이번 준PO의 핵"이라면서 "넥센 쪽으로 터질지, 자폭을 할지 모르지만 상대 쪽으로 터지면 이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PS 악몽에 대해서도 초연해진 상황. 김현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을야구만 되면 괜찮냐고 물어본다"면서 "신경 안 쓰고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현수는 2007년 SK와 한국시리즈(KS) 6차전 9회말 끝내기 병살타 등 가을야구에서 아픈 기억이 적잖았다.
유희관 역시 마찬가지다. 유희관은 "지난 2013년 삼성과 KS 7차전까지 갔는데 너무 이겨야 한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이번에도 열심히는 하겠지만 그런 부담감을 조금 덜고 편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도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입심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넥센 불펜의 핵 조상우에 대해 "굉장히 좋은 선수고 어린데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걱정이 된다"면서 "염경엽 감독이 선수의 미래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좌중을 웃겼다. 조상우가 지난 7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 49구 무실점 역투를 펼친 것을 두고 한 농담이었다.
김 감독의 입담은 거침이 없었다. 김 감독은 조상우를 보며 "어리니까 아무 것도 모르고 감독이 시키니까 죽어라고 던진다"면서 "나중에 아마 후회할 거야. 무리하지 마"라고 능청스럽게 충고까지 했다.
서건창은 "2년 전(두산과 준PO)에는 즐겁고 즐기면서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해서 졌다"면서 "올해는 전쟁이고 매 경기 치열하게 싸운다는 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2013년 넥센은 두산과 준PO에서 1, 2차전을 이겼지만 이후 내리 3연패하며 PO행이 좌절됐다.
조상우도 "SK와 WC 결정전도 그렇지만 한 구, 한 구 혼신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면서 "SK전 때 따랐던 운이 두산과 준PO에도 이어져 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상우는 김현수의 핵폭탄 발언에 대해 "그 핵을 내가 한번 막아보겠다"며 다부지게 되받아치기도 했다.
넘치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결전에 나선 두산과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출사표를 던진 넥센. 정규리그에서 8승8패 호각이었던 두 팀의 5전3승제 시리즈는 10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으로 막을 올린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 넥센은 양훈을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니퍼트는 올해 넥센전 3경기 1패 평균자책점(ERA) 9.72(8⅓이닝 9자책)을, 양훈은 3경기 ERA 1.93(4⅔이닝 1자책)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