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에 대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신간] <자기 결정: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다>

신간 <자기 결정: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다>는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으로 '자기 결정'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상황에 휩쓸리거나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삶의 변곡점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할 때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 교보문고
<자기 결정>은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이자 독일 철학자인 페터 비에리가 2011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3일간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집필된 것이다. 이 책은 강연 순서에 따라 자기 결정의 삶이 무엇인지, 자기 결정을 위한 전제가 되는 자기 인식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쉽고 친근하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한 것일까? <자기 결정>에 의하면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기준으로 삼으로 살아가는 '자기 결정의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인데, 우리고 살고 있는 삶은 과연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관한 좋고 싫음이나 정치적 신념 등 내 생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나와 진정 어울리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며 갖게 된 생각과 취향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타인의 시선을 걷어내고 자기 삶을 바라보면, 지금가지 저도 모르게 타인의 생각이나 대중문화가 주입한 가치관에 따라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영향은 직접적으로 조종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지독하게 우리 삶을 지배한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받은 영향에 잠식당하지 말고 스스로 내 생각과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냉철한 자기 인식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아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압박을 걷어내고 오직 나 자신의 눈으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자기 결정의 삶은 문화적 정체성을 가꾸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교양을 접할 때 그중 어떤 것을 내면화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교양은 삶의 방식이 된다.

"문화적 정체성이란 우연한 것이며 항상 대체물이 있습니다. 교양은 바로 이러한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고요. 교양은 자만심과 독단론, 외부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과 평가절하로부터 우리를 방어합니다."(78-89쪽)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여러 소설을 써운 소설가답게 피터 베에리는 자기 결정의 삶에 필요한 도구로 문학을 꼽는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라는 막스 프리쉬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삶을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에 더해 문학적 글쓰기를 한다면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빚어냄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그리고 비로소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문학은 생산할 때만이 아니라 향유할 때에도 자기 결정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학은 물론이고 영화와 같은 서사적 텍스트를 통해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삶, 그리고 그 이면의 그들의 결정을 나에 비추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자기 결정의 근거를 삼을 수 있다.

<자기 결정>에서 저자가 페터 비에리가 말하는 철학은, 생각이 따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염치를 강박적으로 따지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꾸릴 것인지, 어떤 취향과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 어떤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인지, 자기 결정의 삶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외모나 가정환경과 같이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었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은행나무/ 10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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