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4, 5위의 격차가 꽤 컸다. 4위 넥센과 5위 SK의 승차는 8.5경기, 예년 시즌 같으면 순위가 2~3계단 차이가 났을 터였다. 이런 가운데 4위가 WC 결정전에서 진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염 감독은 "WC 결정전 1차전이 중요하다"면서 "만약 여기서 지면 쪼들리는 쪽은 4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5위는 져도 본전이니 한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1차전을 이기면 2차전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염 감독과 넥센은 3위가 절실했다. 더욱이 선발 자원과 필승조 등 마운드가 두텁지 못한 만큼 WC 결정전을 피할 수 있다면 준플레이오프(PO) 승산은 더 높아질 것이었다. 지난해 KS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 준PO 직행이 간절했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결국 넥센이 우려했던 상황으로 흘렀다. 지난 3일 삼성과 최종전에서 넥센이 0-1 석패를 안고, 다음 날 두산이 KIA에 9-0 대승을 거두면서 희비가 갈렸다. 0.5경기 차로 두산이 3위, 넥센이 4위가 됐다.
▲넥센, 2년 전 악몽 재현?
넥센으로서는 준PO 직행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과 WC 부담감이 동시에 몰려올 수 있었다. 이는 흡사 2년 전의 상황과 비슷했다. 2013시즌 당시 넥센은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한화에 1-2 불의의 패배를 안으면서 3위로 떨어졌다. 결국 넥센은 PO 직행 무산의 아쉬움을 안고 4위 두산과 준PO에 나섰고, 2연승 뒤 3연패, 거짓말처럼 첫 가을야구를 허무하게 마쳐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준PO 직행 티켓을 잃은 넥센은 만약 3위였다면 하지 않았을 WC 결정전을 치르는 터였다. 자칫 2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만한 상황이었다.
찬스 뒤에 위기라고 넥센은 5회 SK의 거센 반격에 부딪혔다. 잘 던지던 선발 앤디 밴 헤켄이 선두 타자 앤드류 브라운에게 불의의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박정권의 2루타로 무사 득점권에 몰렸다. 희생번트 뒤 상대 스퀴즈 작전이 실패해 한숨 돌리는가 싶었으나 나주환의 안타가 나왔다.
이를 무리하게 넘어지며 잡으려던 좌익수 박헌도가 공을 뒤로 빠트려 장타가 됐다. 설상가상, 3루 송구가 슬라이딩하던 나주환의 몸을 맞고 흐르는 실책으로 1점을 더 헌납했다. 1-2가 됐을 점수가 1-3까지 벌어졌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SK 쪽으로 흘렀다.
▲"두산과 준PO, 대등하게 갈 것"
하지만 2년 전 예방주사를 이미 맞은 넥센은 무너지지 않았다. 7회 고종욱이 천금의 1타점 3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지폈고, 주장 이택근의 1루 땅볼 때 비호처럼 홈으로 쇄도해 동점 득점을 만들어냈다.
넥센이 심리적 박탈감과 부담감을 극복해낸 WC 1차전이었다. 먼저 상대를 압박했던 SK의 가을야구 DNA도 질릴 수밖에 없었던 넥센의 강철 멘탈이었다. 한번 경기를 뒤집어도, 연장에서 먼저 앞서가도 포기하지 않은 상대의 강인함에 SK가 오히려 부담감에 쫓긴 모양새였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염 감독도 승리가 확정되자 비로소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오늘 승리는 소득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면서 "선수들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절실하게 경기를 했다"며 기뻐했다. 이어 10일부터 펼쳐질 두산과 준PO에 대해 "이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면서 일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