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 조금 변화가 있었다. 손승락을 마무리에 박아두지 않고, 한현희와 조상우, 그리고 손승락을 상황에 맞춰 기용했다. 셋을 제외하면 강력한 불펜 투수가 없는 넥센의 필승 카드였다. 물론 가을에만 한정된 전략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다. 세 명이 상황에 맞춰 마운드에 오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 지난해에는 조상우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마지막은 한현희 또는 손승락이 상태 타자나, 상황에 따라 책임졌다. 하지만 올해는 조상우가 맨 뒤다. 염경엽 감독이 마무리라는 명칭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포스트시즌 넥센의 마무리다.
염경엽 감독은 7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상우가 마지막에 남는 것이 좋다. 8~9회는 가장 강한 투수가 맡아야 한다. 2이닝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승락은 올해 23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3.82였다. 한현희는 선발로 전환했다가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지만, 평균자책점은 4.82로 높다. 반면 조상우는 평균자책점 3.09다. 특히 9~10월 14경기에서는 18이닝 무실점이다. 현재 넥센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는 조상우다.
조상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예정대로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연장 10회초까지 3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불펜이 모자란 넥센은 조상우가 3이닝을 버텨주면서 연장 11회말 SK의 끝내기 실책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도 "상우에게 승부를 걸었다. 오늘 졌으면 큰 타격이었다. 어쨌든 상우가 3이닝을 끌어주면서 승리의 발판이 됐다"면서 "투구 수가 30개를 넘어가면서 구위 걱정을 조금 했다. 그런데 50개까지 가면서도 스피드가 올라오는 모습이 다음 시리즈에도 참고가 될 것 같다. 상우도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 성장하고 있는 선수이기에 오늘 3이닝이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계속해서 "기본적으로 상우는 8~9회에 쓸 생각이다. 상우 구위가 지금 가장 좋다. 꼭 마무리라고 표현하기는 그렇다. 승부처가 되면 7회에도 나갈 수 있지만, 웬만하면 뒤에 8회부터 쓸 생각"이라고 활용법을 덧붙였다.
다만 염경엽 감독의 말대로 조상우는 이제 풀타임 2년 차다. 구위는 좋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 실제로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는 앤디 밴 헤켄 다음 투수로 조상우가 아닌 손승락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손승락은 김강민을 잡고 위기를 넘겼고, 8회초 이재원에게 안타를 맞은 뒤 조상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염경엽 감독도 "거기에서 상우가 들어가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