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충돌하고 공천룰 논의 특별기구 구성이 무산되면서 전투가 재개되는 듯 했지만 양 진영은 곧바로 침묵 모드로 전환했다.
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비박 중진 정병국 의원이 “당원과 국민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시키고 있다”고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한 것외에는 공천과 관련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 중이다. 김 대표 측과 친박, 그리고 아직은 참전을 미루고 있는 비박까지 전황 분석과 결과 예측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무성의 후퇴, 친박·靑의 화전양면(和戰兩面)
김 대표는 친박의 흔들기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포기에 이어, 회심의 카드였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 사실상 거둬들였다. 급기야는 현행 당헌·당규 원칙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친박에 당원참여 투표를 내줬다.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 비율 조정이 남아 있지만 100% 국민의 뜻으로 총선 후보를 정하겠다던 정치생명을 건 약속은 사실상 깨졌다.
현재 주도권을 쥔 것은 친박이지만, 청와대는 휴전을 택했다. 청와대 참모진의 총선 출마를 3인으로 제한하면서 ‘TK(대구·경북)물갈이설’을 정리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략공천 지분을 챙기려는 것처럼 비쳐지는 상황을 차단하고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 완수에 매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외견상 양 진영은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공천룰 논의도 특별기구에 맡겼다.
그러나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다. 특별기구는 언제 불붙을지 모르는 화약고다. 위원장 인선부터 김 대표 측은 황진하 사무총장, 친박은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본격적인 공천룰 논의에 들어가면 곧바로 3차전이 개전될 것이다.
관심은 ‘김(金)의 전쟁’의 결말이다. 김 대표가 결국 친박에게 백기를 들 것인지, 아니면 앞서 패배를 딛고 촉(蜀) 건국에 성공한 유비처럼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관건은 ‘전략공천 불가’의 관철 여부다. 김 대표 스스로도 ‘전략공천만은 절대 안된다’며 마지노선을 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와 후보가 없거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을 위한 극히 제한적인 개념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당연히 강남·TK는 우선추천지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추천의 전략공천 변질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의 결연한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컷오프’를 무산시켜야 한다. ‘컷오프’는 부적격 현역 의원을 추려내는 제도로 전략공천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김 대표 자신도 18대, 19대 총선에서 컷오프를 통해 각각 친이, 친박에 의해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친박 측은 우선추천 대상인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컷오프는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컷오프는 최대 격전이 펼쳐질 전선이 될 전망이다.
만약 김 대표가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막아 마지막 보루를 지켜낸다면 막판 역전승에 성공할 수 있다. 완전 국민공천에는 실패했지만 공천 권력의 폐해는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의 승자로서 대권 가도에 오르게 될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 비박은 참전할까
변수는 비박 의원들의 참전 여부다. 김 대표가 이처럼 밀린 데는 김 대표의 잠재적 지원군인 비박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영향이 크다. 최대 분수령이었던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친박은 소수 정예가 조직적으로 나선 반면, 김 대표의 일부 측근을 제외한 비박 의원들은 양측의 논쟁을 지켜보는 데 그쳤다.
총선을 앞두고 권력 풍향에 극도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선뜻 참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비박들에는 여전히 관망파가 많다.
한 비박 의원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면서 “승부는 김 대표가 특별기구 논의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박 의원은 “김 대표가 초반의 결기를 보여준다면 돕겠지만 이대로라면 함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비박은 “이미 김 대표는 꺾였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후퇴를 거듭하는 모습에 동원 병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유승민 사태와 같은 숙청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비박 의원은 “만약 그런 일이 재발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사생결단을 내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쳐내지 않고 갈등 봉합을 택한 이유로 보인다.
비박들은 휴전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