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하연 (길음뉴타운 MG새마을금고 전무)
모두가 들떠있던 추석 전날… 한 할아버지는, 다급하게 은행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평생 아끼고 아꼈을 돈 5000만원을 지금 당장 인출해 달라고 합니다. 은행에서 돈 찾아가려는 게 뭐 특별한 일도 아니니까 그냥 돈을 인출해 드렸으면 그만인데, 이 은행원은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맞습니다. 이 할아버지, 보이스피싱에 속아서 은행까지 오신 거였어요. 은행원들의 기지로 심지어 범인까지 검거한 이 보이스피싱 사건.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그날로 한번 돌아가 보죠. 성북부 길음뉴타운 새마을 금고의 황하연 전무, 연결되어 있습니다. 황 전무님, 안녕하세요.
◆ 황하연> 안녕하세요.
◇ 김현정> 잘 하셨어요. 전무님. (웃음) 그날로 한번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할아버지 언제쯤 은행에 오셨어요?
◆ 황하연> 그날 점심 때 방문을 하셔서 돈 5000만원을, 5만원권 현금으로 해서 달라고 그렇게 다급하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 김현정> 은행에 고객이 와서 자기 돈 찾겠다는데, 왜 바로 내주지를 않으셨어요?
◆ 황하연> 고객분들 성향을 많이 파악을 하고 있었습니다. 파악을 하고 있고요. 또 연세가 92세가 되시는 분이 그 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명절 전날 현금으로 찾아달라는 데서 창구 직원이 의문을 품었죠.
◇ 김현정> 할아버님이 단골고객이신 거군요. 처음 오신 게 아니라.
◆ 황하연> 단골고객이십니다. 수년간 우리와 거래를 하셨던 할아버지셨습니다.
◇ 김현정> 평소에 보던 표정과 그 행동하고는 달라 보이시던가요, 그날?
◆ 황하연> 평상시에는 할아버지께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은행을 오셨었는데, 그 날 따라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시고 이상했죠.
◇ 김현정> 수심이 가득한 모습. 그리고 평소에 그렇게 큰 돈을 찾아가는 분도 아니었고.
◆ 황하연> 네.네 그렇죠.
◇ 김현정> 5000만원이라는 건 그 통장에 있는 돈 전체였습니까?
◆ 황하연> 그분한테는 전부였겠죠, 그 5000만원이.
◇ 김현정>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오셔서 이유도 설명 안 하고, 그 돈을 그냥 다 달라’, 그것도, 현금으로 달라 하니까 은행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던거군요.
◆ 황하연> 네. 보이스피싱이란 느낌에, 할아버지를 설득을 했습니다. 저한테 자초지종을 정확히 말씀을 해 주시면 제가 판단을 해서 처리해 드리겠다고 여러번 안심을 시켜드렸죠.
◇ 김현정> 전무님과 할아버님이 평소 안면이 있고 친분이 있다 보니, 할아버님이 전무님한텐 사실을 말씀 하셨다고요? 대체 무슨 전화를 받으셨다고 하던가요?
◆ 황하연> 처음에는 어떤 남자한테 전화가 와서 우체국에 예금통장 있냐고 물어봤답니다. 그래서 우체국에는 예금통장이 있다고 하니까 전화를 끊더랍니다. 조금 이따가 또 다른 남자한테 전화가 와서 경찰청이라고 하면서 새마을금고나 다른 데 계좌가 있냐고 또 물어봤답니다. 그래서 ‘새마을금고는 있다.’ 그러니까 ‘현재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니까 빨리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오시라, 찾아와서 집으로 갖고 오면 경찰청에서 사람이 나가서 안전한 곳에 보관해 준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아주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네요. 그런데 우리 할아버님은 의심을 안 하신 거예요.
◆ 황하연> 의심을 전혀 안 하시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신거죠.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니까, 할아버님은 빨리 찾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만 하신거죠.
◇ 김현정> 우리 할아버님 혼자 사시는 분들이셨어요? 아니면 자녀들이랑 같이?
◆ 황하연>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두 분이 생활하셨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흔 넘으신 분들이 인터넷을 하시는 것도 아닐 테고 TV뉴스 꼬박꼬박 챙겨보거나 라디오 듣거나 이러지 않으신 분들이면, 세상 소식 잘 모르실 수도 있었던 거네요.
◆ 황하연> 그렇죠. 맞습니다.
◆ 황하연> 저희가, 모조품 5000만원을 5만원으로 바꿨을 때 부피만큼 똑같이 해서, 무게도 똑같이 이렇게 만들었어요. 집으로 돈을 가져오라고 했으니까요. 평상시 고객 사은품으로 저희가 그걸 만들어서 할아버지한테 들려드리면서,(웃음) 그걸 가지고 집으로 가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죠. 그리고 그 뒤에 형사들이 같이 뒤를 따라가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은행 사은품이라는 건 뭐였습니까?
◆ 황하연> (웃음) 평상시에 우리가 고객들한테 드리는 치약이라든가 비누라든가 이런 걸로 포장을 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세상에, 그걸로 무게 똑같이 맞추고 부피 똑같이 맞추는 게 보통일 아니셨을 텐데. 전문가들이시니까 금세 해내셨네요. (웃음)
◆ 황하연> 네 (웃음)
◇ 김현정> 그걸 돈처럼 포장을 해서 할아버님 손에 쥐어서 보내드렸어요?
◆ 황하연> 네. 그리고 나서는 1시간 정도 있었나요. 우리 새마을금고 앞에 사람들이 계속 그쪽에 모여들었었습니다. 보니까 경찰에서 범인 1명을 체포를 한 거죠. 할아버지가 집을 가니까 보이스피싱 사기범들한테 전화가 온 거죠. 그때 1층에 잠복해 있던 형사들이 얼쩡거리는 범인 1명을 잡았고 또 그 앞에서 또 1명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검문했는데 검문하니까 그냥 도망간 겁니다. 도망가서 한 100에서 150m 정도 도망가다가 잡은 거죠. 그래서 2명을 범인을 체포하게 된거죠.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렇게. 이 할아버님 상황 다 종료된 뒤에 정말 가슴을 쓸어내리셨겠어요.
◆ 황하연> 그럼요.
◇ 김현정> 뭐라 그러시던가요?
◆ 황하연> 다음 날 오셔서, 새마을금고 황 전무가 아니었으면 내 재산 전부인 5000만원을 날릴 뻔했다고 말씀하시면서… 감사하다고 평생 잊지 않고 살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웃음)
◇ 김현정> 그냥 무심코 돈 내드렸으면 지금 그 할아버님 어떻게 되셨을까 상상이 안 됩니다.
◆ 황하연> 맞습니다.
◇ 김현정> 끝으로 당부사항, 꼭 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었시다면.
◆ 황하연> 그런 전화를 받으시게 되면 그냥 차분하게 대처하시고. 금융기관에 오셔서 창구직원한테 자세하게 상담하시면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고생 많으셨고요, 전무님. 고객을 이렇게 가족처럼 챙기는 은행원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이런 사고도 막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앞으로도 힘써주십시오.
◆ 황하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황하연> 반가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목소리만 들어도 참 구수한 분이세요. 그야말로 기지를 발휘해서 은행원들이 보이스피싱사건을 막은 성북구 길음뉴타운 새마을금고의 황하연 전무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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