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싸이월드는 기존 '미니홈피'를 통해 제공하던 방명록·일촌평·쪽지 등 PC버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지난 지난달 11일 밝혔다. "해당 서비스가 없어지니 저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백업을 하라"는 공지와 함께.
그러나 백업 종료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싸이월드는 방문자가 급작스럽게 폭주하면서 로그인조차 되지 않고 서버가 다운되는 등 그야말로 '싸이월드 백업 대란'이 일어났다.
미처 추억을 백업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결국 싸이월드는 백업 기간을 연장해 오는 10일까지 추가 백업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했다.
◇ "내 추억 돌려주세요"…싸이월드 백업 '대란'
사실 싸이월드 이용자는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급격히 줄었다.
더이상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일촌명을 두고 고민하는 일도, '파도'를 타고 친구의 친구의 미니홈피를 들여다보는 일도, '도토리'를 사서 미니미와 배경 스킨을 꾸미고 배경 음악을 바꾸는 일도, 또 그리운 친구 홈피를 찾아 방명록을 남기는 일도 없다.
그러나 이번 '싸이 백업 대란'로 사람들은, 디지털 상에 기록된 사진과, 글 등 과거 추억과 정보 등이 운영 업체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한 순간에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싸이월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싸이월드는 회원들의 사진과 일기, 동영상은 그대로 두고 방명록과 일촌평, 쪽지 서비스만 없어진다.
도토리로 산 미니룸 아이템, 배경음악용 음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미니룸은 미니홈피 때와 달리 메인이 아닌 메뉴 중 하나로 포함될 예정이다. 기존에 있던 도토리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도토리 구매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 추억을 돌려달라"며 하소연한다. 저장 공간만 바꾸는 것일지라도, 지난 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 속의 미니홈피는 더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사진·일기 모두 내 '추억'인데…소유권도 삭제권도 '업체'에
디지털 시대 '추억의 저장소' 소유주가 '내가 아니'란 걸 일깨워준 건 싸이월드뿐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저장하는 (다음)카카오의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올 연말까지만 서비스를 운영한다.
앞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카카오는 지난 6월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7월 31일까지 PC에서의 백업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12월 31일에는 서비스를 완전히 접는다. 즉 클라우드 이용자 역시 올해 말까지 데이터를 백업하지 않으면, 저장된 데이터가 하루 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얘기다.
네이버 N 드라이브도 마찬가지다. 1년 이상 접속을 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오는 10월 20일 지우겠다고 했다. KT U클라우드도 장기 미사용 이용자의 데이터를 9월 30일자로 없앤다는 방침이다.
"일일이 미니홈피와 방명록 페이지를 캡처라도 해놓고 싶은 심정"이라며 싸이 애용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모(31·여) 씨는 "영원한 저장소라 생각했는데, 언제든 내 정보가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삭제되고 이용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 사태로 내가 쓴 글조차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확인했다"며 씁쓸해했다.
박모(33) 씨도 "싸이월드 백업 대란 사건에서 보듯 제2의, 제3의 백업 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며 "페북이나 트위터, 인스타도 절대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경각심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의 새 모델인 '싸이홈'은 당초 5일까지 백업을 마치고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안정화 작업 등으로 정시 오픈까지 시일이 다소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