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그대는 왜 왜 촛불을 끄시나요?
어청수 경찰청장이 13일 촛불문화제 주최자를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이 들끓었는데 마침 지난 3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시위 현장에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전담반을 신설해 운용하겠다"고 계획을 내놓은 것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업무보고 당시에는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없을 때라 그 체포전담반은 농민, 노동자들의 시위나 불법적인 파업을 진압하는 데 동원하겠지라고 예상했던 것. 그러나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한 방침이 나오면서 결국 현 정권과 관련된 정책 반대 시민집회에도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어청수 경찰청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
* 촛불문화제 뭐 문제가 있거나 하진 않았잖나?
-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데 불법 미신고 집회다. 증거는 계속 모아 놓고 있고 나중에 사법처리할 수 있는 절차 밟고 있다. 긴급성과 공공재산에 피해가 오면 강제 해산할 것인데 아직 그런 것 은 없다.
* 밤에 시위를 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인가?
- 밤이라고 무조건 금지하나. 질서 유지가 어렵고 돌발적인 위험 발생이 우려되고 도심질서 유지에도 어려우니 밤에 시위집회는 금지된 게 관례이다.
* 그러면 낮에 촛불 들고 하면 괜찮나?
- 촛불은 추모의 상징으로 들었던 것 아니냐. 미선·효순 양 집회 때도 법원은 불법이라 판결했다. 촛불만 들면 문화제인가? 문화제를 가장한 위장집회이다. 체육, 종교, 친목, 오락, 관혼상제… 이런 게 순수문화제이다.
(그래서 박정희 유신정권 때 YWCA 위장결혼식을 하며 민주화 운동을 했던 모양.)
한편 네티즌들은 분노의 화살을 쇠고기에서 경찰로 돌리고 있는데
- 시위현장 체포전담반? 그게 백골단이지 별거냐?
- 백골단 부활시키는 김에 삼청교육대로 마무리~!
- 그대는 왜 촛불을 끄시나요? 그것도 하필 물대포로 끄시나요?
-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이던 그 때를 아십니까?
- 2MB 시대의 특징은 정치는 3당 합당 때로, 인권은 전두환 때로 돌아가나
- 바쁘다, 바빠. 쇠고기 촛불집회 나가야지 이제는 또 인권 촛불집회도 나가야지
- IMF때 금 모으기 줄 선 사람도, 태안반도에 기름 닦으러 모여든 사람들도 죄다 미신고 집회다, 소급 처벌해라
- 국민은 21세기인데 경찰은 5공인가
◈ 21세기는 다중의 시대
당국의 입장에서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니 불법·미신고 집회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고 다른 시각으로는 분명 시민의 자발적인 의사로 결집된 민주주의의 한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력에 대해 시민이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면서 발생하는 업그레이드 정치 참여라는 분석. 축제적 성격을 띠고 과격·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활기 넘치는 새로운 방식의 시민저항, 물론 좌파우파 진보보수의 정치 논리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특징도 지닌다.
이걸 ''대중''의 개념에서 진보된 ''다중''의 개념으로 학자들은 본다.
정치적 의견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는 건 아니다. 늘 같은 편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국가에게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헌남하지도 않는다. 다수가 되어 권력을 장악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자는 정치적 목표를 갖지도 않는다. 항상 지배를 받는 소수자로 남아 있긴 하지만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당당하게 표출하는, 고개를 빳빳이 든 소수자가 바로 다중이 갖는 독특한 성격.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그저 "지금 여기"에 속한 비동맹 시민집단을 <다중>이라고 본다.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 <다중>에 대해 공부 좀 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