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인 남편과 중국 국적 부인이 자택에 침입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필리핀에선 올 들어서만 우리 국민 9명이 피살됐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피살되는 사건 가운데 약 40%가 필리핀에서 발생할 정도로 교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원인은 불법 총기가 100만정 이상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수백 달러에도 살인청부가 가능할 만큼 치안 상태가 불안하다는 게 1차적이다.
필리핀의 인구 10만명 당 피살자 수는 지난해 약 10명으로 우리나라(1.9명)의 5배에 이르고 있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지난해 17명, 인도인은 12명, 일본인은 7명이 피살될 정도여서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강력 범죄가 만연한 상태다.
필리핀 내 교민 범죄는 한국에서 도피한 범법자들에 의한 2차 사건이나 국내 조직폭력배들의 개입에 의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현금을 많이 갖고 있는 경향이나 현지인들과 사업 등의 문제로 원한을 사는 것도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 9명 가운데 한국인에 의해 희생된 경우는 2명이며 4명은 청부살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3명은 누구의 소행인지 자체가 불분명하다.
문제는 현지의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범인 검거율이 크게 떨어지는 현실이다.
2012년~2013년 현지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 25건 가운데 범인이 검거된 것은 3건(32%)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필리핀 내 경찰 주재관을 4명 파견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현지 경찰에 코리아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반)까지 설치해 경찰 2명을 파견했다.
또 한인 밀집지역에 CCTV 17대를 설치하고 수시로 안전대책회의를 개최하거나 현지 경찰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등 다각도의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별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백방이 무효인 상태에서 정부는 필리핀으로의 이민이나 유학 등 장기체류자의 추가 유입을 가능한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필리핀은 영어 상용국인데다 물가도 싸기 때문에 은퇴자 등의 이민 수요가 많다. 현재 교민 8만 8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중국인 장기체류자 3만여명, 일본인 장기체류자 1만8천여명과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정부 당국자는 “필리핀의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인 8만8천명을 수용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필리핀 이민 등을 신중히 생각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행경보를 추가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8일쯤 필리핀 코리아데스크 파견 경찰과 한인회 관계자 등까지 포함한 민관합동대책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해 이런 방안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