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는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이 주도했고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참가국 정상들에게 전화 통화로 합의를 압박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TPP 협상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하나의 업적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TPP는 전세계 GDP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 경제권이다. 참여국 12개국의 관세가 대부분 철폐된다는 점에서 무역 증대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TPP는 단순한 무역과 경제 공동체의 성격을 넘어선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 안보 정책인 '아시아 재균형'의 핵심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TPP가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중요한 수단임을 역설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TPP 협상이 타결된 직후 성명을 통해 다시 한번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명확히했다.
실제 TPP는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와 노동 환경 기준, 기업 지배구조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규칙과 틀이 적용되는 셈이다.
미중의 패권 경쟁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출범을 계기로 격화됐다. 중국은 2013년 10월 시진핑 체제의 신 경제구상인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으로 AIIB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로 짜겠다는 의도였다.
미국은 AIIB출범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했고 이후 TPP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AIIB가 출범한 상황에서 TPP까지 장기 표류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잃을 것이란 절박함이 작용했다.
TPP는 일본, 호주,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으로서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이웃 아세안 국가들과 주요 교역국인 호주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TPP 타결로 미국이 아태 지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중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중국은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호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RCEP 진행 상황은 아직 지지부진하지만 중국이 TPP에 대한 대항마로서 협상에 속도를 가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