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박영준 시켜 포스코회장 면접봤다"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소환됐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008년 말 포스코 그룹 회장 후보를 면접하는 등 선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검찰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를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이 박 전 차관을 통해 당시 유력 후보들을 면접하는 등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5일 소환된 이 전 의원을 상대로 2008년 12월 박 전 차관을 통해서 포스코 회장 선임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이구택 포스코 당시 회장을 시작으로, 윤석만 포스코 사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서울 시내 호텔 등지에서 잇따라 만나며 신임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의 당사자로 지목돼 2008년 6월 청와대를 잠시 나와 이듬해 1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약 6개월간 민간인으로 지낼 때였다.

특히 박 전 차관은 회장 선임 직전에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그룹 안팎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물리치고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처럼 민간인 신분이었던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선임에 관여된 인물을 잇따라 만나며 사실상 '면접'을 본 배경에는 이상득 전 의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연인이었던 박 전 차관이 포스코 전현직 회장과 유력 후보들을 불러낼 수 있었던 것도, 이상득 전 의원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박 전 차관에게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본인이 "당시에는 민간인 신분이었다"며 소환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박 전 차관을 통해 '정준양 밀어주기'를 한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회장직 선임 등의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자신의 최측근을 대표로 있는 티엠테크를 비롯해 대기측정협력업체 W사와 자재운송 협력업체 N사 등에서 특혜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회장의 직접 지시로 세 업체에 기존 협력업체의 일감을 빼서 몰아주는 등의 특혜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 협력업체가 특혜로 챙긴 이득은 30억원 이상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정 전 회장에게 협력업체의 특혜 제공을 지시한 인적, 물적인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를 계기로 포스코 회장직 선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밤 늦게까지 이 전 의원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정 전 회장에 대한 재소환 및 신병 처리 여부도 함께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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