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 학교 1곳 설치하려…"폐교 대상 3곳 늘려야"

서울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 내에 중학교 한 곳을 세우기 위해, 교육부가 인근 학교 세 곳의 폐교를 권고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의 기존 계획보다 1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폐교 대상 중 한 곳은 혁신학교의 모범으로 꼽히는 학교여서 교육부가 예산절감에 눈이 멀어 '교육을 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 '마곡지구 내 중학교 개교하려면 폐교 대상 늘려라'

6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의 마곡2중학교 설립 사업계획에 대해 '통폐합 중학교를 한 곳 더 늘리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라고 통보했다.

2018년 개교 예정인 마곡2중은 강서구의 10학급(198명) 규모의 공진중학교와 15학급(296명) 규모의 송정중학교를 통폐합해 설립하려는 학교로, 30학급(900명) 규모다.

사업예산은 총 239억 원으로 이 가운데 84%인 199억 원을 교육부 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예산을 받으려면 중투심의 권고대로 공진·송정중 외에 중학교 한 곳을 더 통폐합해야 하는데, 학생수가 297명인 인근 경서중이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서중이든 초등학교든 한 곳 없애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해 마곡2중 설립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예산 속에 교육 여건의 변화나 출생률 감소를 고려하면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게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의 입장이다.

◇ 정원 4명 미달…모범 혁신학교마저 폐교 대상

문제는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획일적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교육의 질 하락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

강서구의 대표적 혁신학교로 알려진 송정중은 학생수가 서울시교육청 통폐합 기준(300명)에서 단 4명 모자라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송정중 학부모 운영위원 A씨는 "지난해 강서구 학생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한 학교"라면서 "교육 만족도가 높은 학교를 탁상공론으로 통폐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마곡2중을 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을 달래지는 못하고 있다.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정원 기준부터 충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마곡2중은 학급당 정원이 30명 수준으로 20명이던 송정중보다 10명이 많은 수준으로 운영될 예정인데, 혁신학교 학급 정원은 최대 25명이다.

◇ 구 도심 서민층과 섞이기 싫다?

일각에선 마곡2중 설립이 마곡지구 내 아파트 단지 주민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마곡지구 내 14, 15단지에 입주하는 주민들이 강서교육지원청에 단지 내 중학교를 설립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이 단지 내 중학생은 현재 구도심에 있는 송정중으로 배치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넉넉치 않은 구 도심 주민의 자녀들과 새 도심인 마곡지구 자녀들이 한 학교에서 섞이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분석이다.

주민 B씨는 "마곡2중이 개교되면 마곡지구 자녀들 위주로 학생들을 배정하고 구도심 자녀들은 기존 공항중으로 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마곡지구 주민들의 중학교 설립 요구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교육여건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마곡지구 내 중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학생수 증가로 마곡2중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구도심 학교 통폐합에는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유성희 수석부지부장은 "작은 학교의 경우 업무적으로는 교사가 힘들 수 있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기회는 더 많다"며 "경제적 논리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기보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면서 교육에 더 투자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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