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말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실려 있는 분석내용 가운데 일부분이다. 이 문장만으로도 1997년 한국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의 파장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초유의 위기상황이었지만 삼성전자는 당시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97년 매출액 18.4조원, 98년 20조원, 99년 26.1조원, 영업익도 2.8조→3.0조→4.4조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5년 삼성전자의 외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예측 불가능하고 커졌다.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한 중견간부는 5일 "20년래 최대위기 상황이라고 할 만큼 회사내부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 크다. IMF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165조원(연결기준), 2012년 201.1조, 2013년 228.6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매출액이 2014년 206.2조로 뚝 떨어졌고, 2015년 반기 매출은 95.6조로 전년도 106조 대비 10조원 가량 떨어지며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래전망이 아주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올 하반기 '인력구조조정과 긴축 얘기'가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다. 증권사 분석가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상황을 거론하며 우울한 내년도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3분기 실적도 6.5조 내외에 머물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고 전반적으로(시장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년 한해 내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485명, 2014년 475명(3%↓), 2015년 353명(25.7%↓)으로 빠른 속도로 그룹 임원숫자를 줄이고 있다. 올해는 감소폭이 30~35%로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인사폭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과 완전한 대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건희회장 체제'의 골간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임원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룹 차원에서 현재 임원실적평가가 진행중이며 11월말 나오는 결과에 근거해 인사폭이 정해질 것으로 안다"며 "실적이 안 좋으니까 인사폭이 클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간부는 "전자가 그렇게 돈을 버는데도 10%이상 구조조정을 한다면 대부분 관계사들도 다 그렇게 간다. 파급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인사정책이 여타 기업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이 어느 정도선에서 구조조정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