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통하지 않았을지라도 탕웨이와의 인터뷰는 소통과 교감 그 자체였다. 그는 스태프가 통역할 동안, 취재진 모두와 한 번 씩 눈을 마주치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는 한 기자에게 '피곤해 보이니 쉬는 게 좋겠다'며 걱정어린 말을 건네기도 했다.
타자소리로 분주하던 기자회견장은 탕웨이의 쾌활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훈풍이 감돌았다. 단순히 그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인과 결혼까지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지는 않았으리라. 사람을 사람으로 만날 줄 아는 그 마음은 충분히 국적을 뛰어 넘어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탕웨이는 세 편의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메이블 청 감독의 '세 도시 이야기', 라맨 허 감독의 실사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 두기봉 감독의 '화려한 샐러리맨'이다. 탕웨이는 세 작품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인물을 맡아 열연했다. 탕웨이가 주연인 로맨스 영화 '온리 유'도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취재진과 탕웨이와의 일문일답.
▶ 부산국제영화제 단골 배우다.
- 이제 영화제에 너무 익숙해져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어디서 어떻게 내리고, 얼마나 걸어서 어디를 가야 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면 햇빛이 어떻게 나를 쬐고 있을 것이고, 관객들은 어디에 앉아 있을 것이고.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제 일정과 움직임을 마음으로 준비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단골 포장마차가 있는데 거기만 간다. 인연이 있다면 저와 만나지 않을까?
▶ 남편인 김태용 감독의 신작 단편영화 '그녀의 전설' OST에 참여했다.
-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는데 힘들지 않고 재밌었다. 남편이 아니라 감독님이라고 하겠다. (웃음) 감독님이 처음 이렇게 외국어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녹음을 여러 번 했는데 강한 요구사항이 있었다. 한국 관객들이 들었을 때, 발음이 방해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연기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건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게 발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웃음) 영화를 보고 발음에 대해 비평 좀 해주면 좋겠다.
▶ OST 작업 중에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 그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익숙했는데 어머니가 어렸을 때 많이 불러준 노래였다. 감독님이 조사해 보니 중국어 노래가 원곡이었다. '중국 사람이니까 당신이 불러줄래요?'라고 이야기해서 하게 된 거다.
- 이번에 노래 가사를 배우고 노래를 연습하면서 정식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감독님도 실력이 늘었다고 놀라더라. 그러면 제가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어 선생님에게 가사 내용 등을 물어봤다. 연결되는 한국 문화나 그 이면에 담긴 것들을 공부해서 더 많이 익숙해졌다.
▶ 원래 김태용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가?
- 영화 '만추' 작업을 함께 해봐서 아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응원을 많이 해주는 이유는 계속 열심히 노력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웃음) 감독님은 사람을 잘 끌어준다. 나를 있는 그대로 던졌을 때 바뀌는 것이 있다. 그럴 수 있는 감독님이고, 그 예민함과 섬세함은 함께 일하는 모든 스태프들은 다 알고 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감독님과 작업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영화 '세 도시 이야기'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성을 연기했다. 혹시 인물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나?
- 이미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을 찍었기 때문에 익숙했다. 그걸 겪은 세대가 우리 부모님 세대인데 우리는 부모님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얼굴에 있는 세월의 흔적을 항상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피난이나 밀항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어머니도, 연출을 맡은 메이블 청 감독님도 그런 경험을 통해 홍콩에 정착했다.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홍콩은 여러 개의 중국어들이 존재하는 곳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그게 현실이었다.
- 성룡 씨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하더라. 아마 본인이 직접 겪은 세월이 영화에 나와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이야기는 거의 90% 정도가 사실이다. 메이블 청 감독님이 성룡 씨 아버지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 그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쩐지…' 싶었다. 드라마를 써도 이런 이야기를 쓰지 못할텐데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이고 한 편의 전기를 보는 듯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강렬한 드라마 중 특히 본인의 마음을 끈 요소가 있다면?
- 처음부터 끝까지 낭만적인 연인이 함께 나오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거다. 동화 속에서나 알고 있었던 사랑 이야기를 실제로 연기해 영광스럽다. 요즘 러브스토리는 제 3자가 나타나서 오해나 좌절감, 파경 등을 겪고 이뤄지는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계속해서 사랑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이렇게 단순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지금 젊은 사람들도 그려낼 수 있을까. 편지 하나 쓰면 3개월이 걸리고, 그렇지만 그걸 기다리고 받아들이면서 사랑을 이뤄나가는 가장 로맨틱한 사랑이다. 누군가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 아마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 그런 남자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 싶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 가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보면 어떨까. 그걸 기다리는 시간은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