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훈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기까지 말한 뒤 잠시 침묵을 지켰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툭툭 쳤다.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려고 애쓰는듯 보였다.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길목에서 쓰러진 아픔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힘겹게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아쉽다고 느꼈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지만 잘 따라워줬다.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워 했다.
인터뷰는 한동안 계속 진행됐다. 김도훈 감독은 기자회견 막판 더 이상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힘겨웠던 시즌 준비와 과정, 눈앞에서 놓친 목표에 대한 아쉬움이 한꺼번에 떠올랐는지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눈물과 함께 기자회견도, 치열했던 스플릿 경쟁도 끝났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3라운드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인천은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마지노선 6위를 차지할 유력한 후보였다. 승점 45에 골득실은 +3, 추격자 제주 유나이티드는 승점 43에 골득실은 0이었다.
인천이 지고 제주가 이겨야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었다. 인천이 4일 오후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성남FC를 상대할 때 제주는 K리그 최강 전북 현대를 상대로 기적을 노려야 했다.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바뀌었다. 인천은 후반 37분 김두현의 도움을 받은 황의조의 결승골로 인해 무너졌다. 성남은 인천을 1-0으로 눌렀다. 같은 시각 제주는 전북을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로써 제주는 승점 46을 기록했고 인천은 승점 45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마지막 한장 남은 상위 스플릿행 티켓은 인천이 아닌 제주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인천의 2015시즌은 암울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선수와 구단 직원의 월급이 체납되는 경우도 잦아 전반적으로 사기도 높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천을 강등권 후보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은 선전을 거듭해 상하위 스플릿이 갈리는 마지막 길목에서까지 경쟁을 계속 했다. 지난 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에 패해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게 뼈아팠다.
인천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컵 준결승에 진출한 인천은 전남을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비록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가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김도훈 감독은 "하위 스플릿에 가서도 우리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선수들이 빨리 이번 패배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전남을 철저히 분석해 우리가 주도할 수 있게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과는 사제지간으로 평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같이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가면 좋았겠지만 승부가 그렇게 갈리고 말았다. 굉장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승부의 세계다"라고 말했다.
한편, 선두 전북이 패한 가운데 2위 수원은 광주를 4-2로 눌렀다. 산토스가 해트트릭을, 염기훈은 도움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염기훈은 K리그 통산 도움 기록을 71개로 늘려 종전 기록(신태용 68개)을 넘어서 K리그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은 부산을 2-0으로 눌렀고 서울은 전남에 3-2 승리를 거뒀다. 울산과 대전은 득점 없이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