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질환 '취약 X증후군' 치료 가능성 열었다

연세대 김동욱 교수 연구팀, 세계 최초로 유전자 교정 성공

가장 흔한 유전성 정신지체 질환으로 자폐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취약 X 증후군'(Fragile X Syndrome)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연구팀은 취약 X 증후군 환자에게서 세포를 채취해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유도 만능줄기세포)에서 이 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거하고 유전자를 정상 작동시켰다고 4일 밝혔다.

취약 X 증후군은 FMR1이라는 유전자의 데옥시리보핵산(DNA) 부위에 CGG라는 염기서열이 200개 이상으로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이렇게 CGG 서열의 반복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FMR1 유전자가 불활성화하면서 작동을 멈춰 이 질환이 발생한다. 정상인의 CGG 반복서열은 55개 이하다.

취약 X 증후군은 남성 3천6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남성 정신지체 환자 가운데 약 6%, 자폐증의 5%가량을 차지한다. 환자의 30∼50%는 자폐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본 치료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 유전체를 교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 취약 X 증후군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이 질환을 일으키는 반복 CGG 염기서열을 제거했다.

반복 염기서열이 사라지자 FMR1 유전자를 작동하게 하는 '프로모터' 부분에서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pG섬'(CpG island)이 활성화(탈메틸화)해 유전자가 다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취약 X 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을 유전자에서 제거했을 뿐 아니라 해당 유전자가 다시 정상화하는 원리를 규명하는 데까지 성공했다며 향후 이 질환의 치료법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취약 X 증후군의 CGG 서열과 같은 반복서열의 유전자 교정은 매우 어려운 연구로 이 질병에서는 세계 최초의 성과"라며 "환자의 FMR1 유전자에서 반복되는 CGG 서열을 제거함으로써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분이 재활성화해 결국 유전자를 재발현시킨다는 원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온라인판에 이달 2일 실렸다.

김 교수 연구팀은 앞서 혈우병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에서도 처음으로 유전자를 교정, 올 7월 저명 학술지 '셀 스템셀'(Cell Stem Cell)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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