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 4시간 만에 별다른 반항 없이 검거
부산진경찰서는 3일 오전 9시 45분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사격 연습장에서 주인 A(46)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권총 1정과 실탄 19발을 탈취한 혐의로 홍모(29)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홍씨가 붙잡힌 것은 범행 4시간 뒤인 오후 1시 40분. 택시를 타고 부산 일광 방면으로 향하던 홍씨는 기장군 청강 사거리에서 차량을 검문하고 있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검거 당시 홍씨는 택시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었으며 경찰이 홍씨를 알아보고 검거를 시도하자 별다른 반항 없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를 검거한 부산 기장경찰서 신석기 경위는 "검거 당시 홍씨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곧바로 제압한 뒤 동료 팀원을 불렀다"라며 "홍씨에게 총이 어디 있는지 질문하자 순순히 대답하는 등 별다른 반항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홍씨는 허리춤에 실탄 8발이 장전된 권총을 차고 있었으며 나머지 실탄 11발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상태였다.
경찰은 홍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산진경찰서로 압송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홍씨는 범행 이틀 전인 1일에도 같은 사격장을 방문해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자회견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홍씨가 범행 이틀 전에도 사격장에서 총기를 훔치려 했다고 진술했다"라며 "당시 사격장에 또다른 직원이 있어 총기를 가지고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자백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1일 같은 사격장을 찾아가 사격 연습을 했다. 당시 홍씨는 방문자 대장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가명을 적고 입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바탕으로 홍씨를 추궁한 끝에 이 같은 자백을 받아냈다.
홍씨가 범행을 저지른 사격장은 총기 관리자격이 있는 주인 A씨 외에도 30대 초반의 남성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틀 전과 달리 범행 당시 사격장은 주인 A씨가 혼자 관리하고 있었다.
홍씨는 범행 직전 받은 실탄 50발 가운데 20발은 과녁에 발사했고 나머지 30발 가운데 19발을 들고 나왔다.
사격을 준비하고 실제 사격이 이뤄지는 상황에도 실탄이 장전된 총기 관리는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격장은 권총을 사격할 때 오발을 방지하기 위한 연결 고리는 장착해야하지만, 총기를 분리하지 못하게 하는 도난 방지 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오발 방지 연결고리도 손쉽게 연결과 해제가 가능해 홍씨가 권총에서 스스로 고리를 분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내다보고 있다.
◇ 경찰, 범행 동기·4시간 동안 행적 수사 중
경찰은 홍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도주 4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홍씨는 "자살하려고 총기를 탈취했다"라며 "택시를 탄 뒤 기장군 일광에 있는 한 호수 근처에서 자살하려 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홍씨가 이틀 전에도 같은 사격장을 방문했고 가명까지 사용했던 점, 총기를 들고 장시간 잠적·이동했던 점으로 미뤄 또다른 범행 동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범행 뒤 4시간 동안의 행적을 수사해 추가 범행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진경찰서 이흥우 서장은 "정확한 범행 동기나 행적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겠다"라며 "신속한 검거로 추가 피해 방지에 협조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