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부는 이런 수입자동차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왔다.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불거진 배출가스뿐만 아니라 안전성 검사와 연비측정 등 뭐하나 제대로 관리 감독한 게 없다.
심지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검사한 수입차 연비측정 결과를 1년이 지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업계에 알아서 설설 기는 모습이다.
◇ 올해 수입자동차 판매비중 16%25 초과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은 모두 141만대로 이 가운데 수입차가 13.9%인 19만6천대였다. 지난 2013년 12.1% 보다 1.8%p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판매된 97만6천대 가운데 수입차가 15만9천대로 16.3%를 차지했다. 수입차 판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5년쯤에는 5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15만9천대 가운데 폭스바겐이 2만5천대로 15.6%를 차지해 BMW와 벤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우디가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12.6%인 2만대로 4위를 차지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2만1천대와 비교해 17.8%나 급증했다. 이처럼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최근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난 디젤 3개 차종(골프, 비틀, 제타)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수입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차종도 500여종에 달하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은 엉망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국내서 판매되는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해 안전성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충돌시험과 연비측정, 부품결함 등 50여개 사항이 포함된다.
국토부가 검사대상 차량을 선정하면 교통안전공단이 실험하는 체계다. 문제는 이런 안전성검사 차량에 수입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 모두 14개 차종에 대해 안전성검사가 실시됐는데, 이 가운데 수입차는 닛산 큐브와 도요차 캠리 단 2개 차종뿐 이었다.
또, 지난해는 13개 차종 가운데 포드자동차 익스플로러 와 아우디 A6 3.0, 도요타 프리우스 HEV, 다임러트럭 액트로스 4개 차종에 대해서만 안전성검사가 이뤄졌다.
올해는 23개 차종 가운데 BMW X3와 폭스바겐 폴로, 아우디 A3 25TDI와 A6 50TDI, 도요타 ES300h 등 11개 수입차종에 대해 검사를 벌였다.
특히, 국내 수입 1위인 BMW와 3위인 폭스바겐은 최근 3년 동안 각각 1개 차종에 대해서만 안전성검사가 이뤄졌고, 수입 2위 차량인 벤츠는 아예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법규가 허술한 탓도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결함정보 수집.분석 결과’가 있거나 ‘자동차 판매대수 또는 판매 동향’을 바탕으로 안전성검사 대상 차량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대수도 몇 대 이상 차량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된 게 없다”며 “안전성검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연비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국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난 폭스바겐의 경우 중소형 디젤차량을 내세워 국내 자동차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외제차들이 국내 도로여건과 교통상황에서 실제 얼마만큼의 연비가 나오는 지 국내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정부가 연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아우디 A6에 대해 연비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지난 2013년에 ‘뻥 연비’ 논란을 빚었던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도 실측연비가 신고연비 보다 8% 이상 적게 나왔다”며 “수입차의 경우도 연비가 부풀려질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비는 에어컨과 전조등을 켰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날 수가 있다”며 “모든 수입 차종에 대해 연비조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폭스바겐과 벤츠 등 잘 팔리는 차량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환경단체들은 폭스바겐과 벤츠, BMW 등 제조사들이 신고한 신고연비를 믿을 수 없다며 도로주행 시험을 통해 실제연비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