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터진 외마디 비명

36명 중 가장 늦은 26번째 지명받은 중부대 리베로 박기현

중부대 3학년 리베로 박기현은 2015~2016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26명 가운데 가장 늦게 수련선수로 OK저축은행의 부름을 받았다. 박기현이 OK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과 기뻐하고 있다. 오해원기자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2016 V-리그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고교 졸업 예정 선수 1명을 포함한 36명의 ‘예비 프로선수’들은 하나같이 정장 차림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전체 1순위로 인하대 3학년 레프트 나경복이 우리카드의 지명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3라운드 6순위 임효상(중부대)까지 20명의 이름이 쉴 새 없이 불렸다. 선수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불릴 때마다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졌고, 바로 옆 학부모석에서도 축하인사를 건네느라 바빴다.

하지만 3라운드 마지막 순번을 가진 OK저축은행이 고심 끝에 선수를 뽑지 않으면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4라운드도 7개 팀 가운데 4팀 만이 선수를 뽑자 “아이들의 장래도 생각해 달라”는 일부 학부모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4라운드까지 모든 지명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지명받지 못한 12명의 선수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열렸다. 바로 수련선수 지명이다. 입단금 없이 V-리그 최저인 연봉 2400만원을 받는 수련선수라도 뽑혀 프로팀에서 훈련생으로 기회를 잡고자 하는 12명의 눈치싸움은 치열했다.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차례로 수련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가운데 KB손해보험이 경기대 레프트 김영민을 뽑았다. 김영민은 앞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어떤 선수보다도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삼성화재도 수련선수를 뽑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것은 OK저축은행뿐, 모두가 김세진 감독의 선택에 집중했다.

장고 끝에 김세진 감독은 중부대 리베로 박기현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뽑아들었다. 그 순간 학부모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께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바로 박기현의 어머니 윤종금(52) 씨였다. 윤 씨는 아들이 어느 팀에 선발됐는지 주변에서 알려주고 난 뒤에야 알았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박기현은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 중부대 4명 가운데 가장 늦게 프로팀에 지명됐다. 윤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운동했는데 경기대에 가서는 2학년 때까지 한 경기도 못 뛰었다”면서 “기현이도 나도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3학년 때 중부대로 편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교 3년 동안 매년 리베로상을 받았을 정도로 기량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중부대 송낙훈 감독이 거둬줘서 2학기만 뛰고 드래프트에 나왔다. 계속 이름이 불리지 않아 숨이 멎는 것처럼 기다렸다. 그래도 이름이 불리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아들이 뽑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활짝 웃었다.

어머니만큼이나 박기현 본인도 가슴 졸이며 신인 드래프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로 4학년 졸업반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것과 달리 박기현은 3년 만에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기현은 “안 뽑힐 줄 알고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OK저축은행에서 불러줘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다.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중부대는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 4명 가운데 세터 김동훈이 3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에, 5, 6순위로 레프트 지원우와 임효상이 각각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에 지명을 받았다. 유일하게 남았던 박기현도 비록 수련선수지만 OK저축은행의 부름을 받았다.

박기현은 “4라운드까지 뽑히지 않아 ‘난 안되나 보다’했는데 마지막에 선택을 받아 다행이다. 중부대에서 열심히 했지만 프로는 더 힘들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련선수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김영민도 "내 손으로 배구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각오로 살아남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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