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은 당시 불교·도교에 반대해 나온 산물" <주자평전>

사진제공= 교보문고
중국 송대 유학을 집대성한 유학자 주희의 일생과 사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주자평전>이 마침내 한국에서 번역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10년의 집필을 통해 1992년 중국에서 초판이 나왔고, 2000년 무렵부터 10여년의 번역이라는 오랜 진통을 겪고 태어났다. 이 책이 출간될 수 있게 물질적으로 지원해준 곳은 바로 한국이다. 전남대학교와 한국의 신안 주씨 종친회장을 맡고 있던 주창균 선생(2012년 별세)이 수징난 선생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준 것이다.

저자 수징난은 난징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푸단대학 고대문학을 전공했다. 역사와 중문학뿐 아니라 철학과 미학, 문화학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저자는 10여 년을 전력투구하며 <주자평전>의 집필에 매달렸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사실(史實)을 탐구하고 따져서 주희가 당대 학자들과 주고받은 서신 및 그가 시은 시문의 연대를 철저하게 고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주희일문집고>, <주희연보장편>을 완성한 뒤 이 <주자평전>을 완성했다.


저자 수징난은 주희의 이학이 '인본주의 인간학'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에 따르면 주희는 천인합일의 문화모형을 빌려 '인본(人本)'과 '이본(理本)'을 통일하였으며, 그의 체계에서 인본·심본·이본은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주희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주희가 펼친 논전을 살펴보면 그의 사상이 좀 더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주희는 도가와 불가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깊이 공부하여 '삼교합일(三敎合一)'을 이뤄냈다고 평가되는데, 저자는 주희가 젊은 시절 도가와 불교에 심취한 과정과 이를 각성하고 자아 반성을 하면서 도교와 불교를 날카롭게 비판한 일에 대해 서술한다. 요컨대 저자 수징난은 주자학이 불교와 도교를 융회했다는 사실에 천착하지 않고, 역으로 당시 사회에 범람하던 불교와 도교에 반대하여 나왔다고 본 것이다.

장식의 호상학(湖湘學), 여조겸의 절학(浙學)과 끊임없이 논전하며 청산하는 과정, 한천·아호·삼구에서 여조겸, 육구연과 만나 유교·불교에 대한 논변을 거치면서 이학 사상의 일치와 경학 사상의 대립을 확인하는 과정, 진량과 벌인 의리(義理)· 왕패(王覇) 논변, 그리고 육구연과 벌인 태극 논전 등 수많은 논쟁은 그의 사상이 결코 홀로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교조적이고 관념적인 사상가로서 주희가 아니라 피와 살이 있는 주희를 힘껏 그려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행정개혁가로서의 주희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주자평전>은 주희 연보, 저술 목록, 주희와 관련 있는 사람들, 주희와 관련된 고적을 200여쪽의 부록에 싣고 있다.

주자평전 上·下/ 수징난 지음/김태완 옮김/상권 1168쪽, 하권 1232쪽/ 각권 6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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