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값 비싸죠? 직접 만들어 떠나요"

'자작부터 수선까지' 나만의 텐트를 만들자

자, 여기 2개의 텐트가 있다. 하나는 시중에서 파는 흔한 텐트고 다른 하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맞춤 텐트다. 캠핑을 떠나려는 당신, 둘 중 어느 텐트가 더 탐나는가?

한 번 사면 쉽게 버릴 수도 바꿀 수 없는 캠핑용품 중 하나가 바로 텐트다. 사기 전부터 고민을 거듭하더니 사고 나서도 다른 텐트와 비교하느라 눈이 바쁘다.

캠핑 인구가 증가하면서 캠핑장비는 갈수록 비싸지고, 그중에서도 좋다는 건 서로 사니 캠핑장에서 같은 텐트 마주치는 건 시간문제다. 이러다 보니 최근 캠핑족 사이에서는 텐트를 아예 만들어 떠나자는 자작(自作) 열풍이 불고 있다.

◇ 흔한 텐트NO! 내가 만든 텐트로 캠핑간다

전업주부인 정은미(35)씨가 시도한 자작텐트 제작 과정으로 왼쪽 상단부터 도안, 가봉, 심슬링 과정 등을 보여준다.
부산에 사는 정은미(35·주부)씨는 현재 집에서 벨 텐트(뾰족한 종 모양의 텐트)를 자작 중이다. 평범한 전업주부인 그녀가 텐트를 만든 건 이번이 두 번째. 첫 작품 타프쉘(타프와 텐트가 결합해 하나의 제품으로 쓰임)이후 너무 힘들어 다시는 만들지 말자던 다짐이 둘째가 태어나면서 무너진 것이다.

"가족캠핑을 즐기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기존 가지고 있던 텐트가 작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텐트를 알아보던 차에 아이가 기어 다니는 점도 고려해 요즘 유행하는 벨 텐트를 발견했죠. 그런데 제가 원하는 환기 부분이나 무게 등이 마음에 드는 건 너무 비싸고 싼 가격의 제품을 택하자니 또 마음에 안 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데로, 우리 가족한테 맞는 텐트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자작하게 됐어요."

정씨가 현재 만드는 벨 텐트의 사이즈는 5M로 10인용 사이즈다. 동일 사이즈 시중 판매 중인 벨 텐트의 평균 가격은 140만 원대(130만 원~160만 원 선).

그렇다면 정씨의 자작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면 텐트 원단으로 T/C(원단명:테크니컬코튼)발수 원단 한롤(80야드)구입 ▲바닥은 나일론 폴리옥스퍼드 210D, 바닥 외 전체 원단은 2,000mm, PU(폴리우레탄) 코팅된 원단 구입 ▲방수지퍼, 심실링 테이프, 잡다한 부속품과 폴대 구입까지 해서 총 50만 원 조금 넘게 들었다고 한다. (대량 구매로 가격할인 받았고, 발수 원단사용으로 별도의 방수처리는 안해도 돼 돈을 절약한 부분도 있다)

텐트 용어 TIP
* 바닥 원단으로 주로 쓰이는 원단 옥스퍼드는 210~420D로 D(denia, 데니아)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데니아 수가 클수록 실도 굵어져 천이 튼튼하다는 얘기고 무게도 제법 나간다는 뜻이다.
* 2,000mm : 내수압 뜻하는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방수기능이 뛰어나다. 텐트 원단 선택시 2,000mm 이상을 선택하는게 좋다


정은미(35)씨가 처음으로 자작한 텐트 '타프쉘'
시중가를 모르고 자작 비용만 들었으면 차라리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정도 자작 비용이면 면 텐트 한 동과 면 타프 2개 정도는 나온다는 게 정씨 설명이다.


이번이 두 번째 자작이긴 하지만 정씨 역시 전문 업자가 아닌 이상 텐트 자작이 힘든건 당연한 일.

"캠핑 관련 카페를 통해서 티피 텐트 도안을 보다가 눈으로 먼저 익힌 다음 치수를 계산해 눈금 종이에다 커다랗게 도안을 만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죠. 그리고 그 도안을 여러 번 고쳐가면서 최종도안을 만들었고, 그 도안대로 원단을 끊고 집에서 재봉틀로 제작하기 시작한 거에요. 아직도 한참 남았어요."

아직 완성까지 마무리가 덜 된 상태라 정씨는 시간이 나는 데로 텐트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 자작 텐트, 자신 없으면 전문 제작업체 의뢰하기도

자작 텐트는 갖고 싶은데 정씨처럼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원단 따로 폴대, 팩(텐트 고정용 못) 따로 주문해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사실 자작 텐트를 마음먹어도 원단과 폴대 때문에 시작부터 막히게 된다. 원단은 어디서 사서 어떻게 가봉할 것이며, 그 원단을 지지해줄 폴대는 어디서 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럴 때는 원단 전문 업체에 텐트 원단을 맡기고 폴대를 따로 구입해 연결하면 된다.

군용텐트와 천막제조업체로 유명한 삼흥상사(서울 동대문구 신설동)는 최근 천막주문보다 텐트주문에 밀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캠퍼가 이곳에서 인디언 텐트를 주문 제작한 것이 입소문 나면서 캠퍼들 사이에서 텐트 제조업체로 유명하다. (원단 재단·가봉만 가능)

삼흥상사 정평정 대표는 "최근 한 2~3년 전부터 텐트 주문이 늘고 있다. 고객이 디자인을 해오면 우린 최대한 그 디자인에 맞춰 색상과 원단을 제작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흥상사에서 텐트 제작 의뢰가 오면 디자인에 맞춰 원단을 제작해준다.
그렇다면 별도의 텐트 제작을 의뢰한다면 얼마의 비용이 들까. 이곳의 원단은 도매가로 3천 원부터 7천 원까지 다양하다. 비쌀수록 방수와 방염(화재예방)이 잘된다고 보면 된다.

정 대표는 "대형(10인용)텐트 제작 시 원단값만 평균 30만 원 들고, 여기에 재단과 가봉, 인건비 포함하면 약 70만 원 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흥상사에서의 가봉은 전문 천막업체답게 재봉틀이 아닌 고주파로 찍어내는 방식이다.

원단이 완성되면 텐트의 뼈대인 폴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10만 원대부터 20만 원 이상 등 다양하게 있으니 텐트사이즈 맞게 주문해 연결하면 된다.

만약 이마저도 귀찮다면 아예 원하는 색상의 텐트를 만들어주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에이너텐트(www.a-iner.com)는 10각과 12각의 티피 텐트를 헤드부터 베이스, 스커트까지 내가 원하는 색상으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에이너텐트는 홈페이지 주문 시 원하는 색상을 클릭하면 가상의 텐트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 맞춤제작을 미리 엿볼 수 있는게 특징이다. 가격은 12각 텐트가 1,375,000원+a이고, 10각 텐트는 990,000원+a이다.

◇ 기존 텐트를 수선만 해도 새로운 텐트가 되다

(상단) 리폼 전으로 바닥 면이 없는 티피텐트가 (하단) 리폼 후 지퍼형 바닥이 생겼다.
텐트를 디자인해 새로 제작하는 게 부담된다면 기존 텐트를 수선해보자. 제아무리 오래된 텐트라 할지라도 수선업체만 거치면 없던 창이 생기고, 없던 바닥이 생겨나니 새 텐트로 재탄생하는 효과가 있다.

텐트 수선 및 세탁 전문업체인 '경운기네 텐트세탁소(http://cafe.naver.com/tentcleaner)' 김영권(48)대표는 "예전에는 텐트세탁 의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텐트 튜닝을 원하는 수선의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요즘은 계절상 동계준비를 하느라 우레탄 창, 스커트 제작을 요청하거나 텐트 앞 전면 부를 막는 거실형 텐트, 비·바람을 막아주는 베스티블 제작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조비용은 텐트 사이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탈부착 가능한 지퍼형 바닥개조는 24만 원~26만 원 사이, 그늘 막 제조비용은 4만 원~10만 원, 티피텐트 등 거실형 텐트에 우레탄 창 같은 창문(탈부착 가능한 지퍼형) 제작은 12만 원~14만 원 선이다. 비, 바람 막아주는 베스티블(vestibule)은 15만 원~3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제작 기간은 보통 3일에서 7일 소요되며, 개조를 원하면 업체에 주문, 의뢰하면 된다

창이 없는 티피 텐트에 우레탄 창을 지퍼형으로 개조해 창이 있는 티피 텐트로 변신했다.
집에 하나쯤 갖고 있을 지붕이 둥근 형태의 돔형 텐트 역시 수선가능하다.

김 대표는 "돔형 텐트의 경우 일반텐트와 달라서 개방감이 적어 주로 출입문 개방이나 창문 개조의뢰가 많고, 그 외에 매쉬망(방충망)이라고 하는 모기장을 달아 달라거나 비나 우천 시 비바람 막아주는 스커트를 달아주는 개조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돔형의 개조 비용 역시 돔형 텐트 사이즈별로 가격 차이가 난다. 보통 돔형 텐트 사이즈가 S, M, L식으로 나가는데 스커트를 달면 S= 6만 원, M = 8만 원, L = 10만 원 순이며, 모기장은 4만 원, 6만 원, 8만 원 순이다. 또 출입문은 각각 6만 원, 8만 원,10만 원이면 개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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