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주교님 반갑습니다. 주교관이 아주 이색적인데, 설명 해주시겠습니까?
김: 100년 가까이 됐는데. 마지막 영친왕 7살부터 13살까지 여기서 공부하던 공부방이었습니다. 그분한테 공부를 가르치던 7명의 튜터, 개인교수를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중 3분이 영국 선교사였습니다. 선교사들한테 따로 특별히 개인 교수하는 돈을 드릴 수가 없어서 이 건물을 대신 줬다고 알고 있습니다.
권: 성공회하면 아직 조금 낯설어 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간단하게 특색을 설명해주시죠.
김: 우선 낯선 건 내가 오늘 이렇게 입은 게 낯설 것이고요. 초대교회서부터 커다란 큰 흐름으로 교회가 가고 있다가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가 아닌 것 같다는 그런 운동이 교회가 15세기 정도부터 태동이 돼서 유럽과 여러 나라가 제대로 된 교회를 살리자는 운동으로 바뀌어서 흔히 그것을 종교개혁이라고 하는데 소위 유럽의 종교개혁과 영국의 종교개혁이 조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어서 제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은 영국의 종교개혁의 한 패턴입니다.
신앙 내용은 소위 교회 개혁 신학, 흔히 말하는 개신교를 이야기하죠. 프로테스탄트 신학이 바탕에 있고 바깥의 것들은 전통을 중시 하자는 것들이 계속 남아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성공회하면 천주교하고 비슷하다고 이야기 할 것이고요. 속의 신앙적의 내용을 보면 소위 개신교와 많이 비슷합니다.
한인사제 백주년, 한인주교 50주년
권: 한국의 성공회가 들어온 지가 이제 125년이죠. 125주년 선교 역사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김: 가장 중요한 건, 성공회는 대부분 그때 당시 영국이란 나라가 세력이 굉장히 클 때여서 대부분 교회를 세워도 영국의 식민지를 중심으로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선교사가 왔을 때도 영국 식민지가 아니었어서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선교사들이 어려웠을 것이에요
그때 찰스 존 코프(Charles John Corfe)라고 우리말로 고요한 주교님이라고 계셨는데, 제일 먼저 생각하셨던 것이 사람들이 글을 몰라 겪는 고통이 많다고 해서 공부를 가르쳐야겠다는 뜻으로 책을 만드는 일을 제일 먼저 했습니다. 인쇄소를 만드는 일, 그래서 인쇄소를 제일 먼저 세우셨고요. 그 다음에는 병원이 세워졌습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 진명학교라던가 신명학교라는 이름으로 최고로 많을 때는 학교가 60개 정도 있었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교회보다 오히려 그런 게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처럼 한국인 사제를 만든 것은 올해로 100년 됐습니다. 김희준 마가라는 분이 선교사들이 도착한지 5년 만에 세례를 받고 그리고 25년 만에 사제품을 받는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리고 세월이 한참 지나서 1965년에 처음으로 한인 주교가 생기게 되는데 그게 1965년도로 드디어 한국인으로 인해서 한국인이 하나님을 만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장치가 되겠고요.
저희 세계 성공회가 38개 지역 관구로 나눠져 있습니다. 지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에 한국 성공회가 35번째 독립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을 보통 관구라고 칭하는데, 그때 1992년 김성수 주교님이 처음으로 우리 스스로 치리를 하고 우리 스스로 전도도 하고 우리 스스로 세상에 선교도 나가는 그런 시스템으로 바뀐 것은 1992년으로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권: 선교 125주년이고, 한국인 사제 100년, 한국인 주교 50년. 올해가 뜻 깊은 해네요. 125주년 주제를 '화해'로 정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선교 125주년 주제 '화해'
김: 전 세계를 보면, 최근에 가장 커다란 뉴스는 난민에 관한 뉴스입니다. 난민이 왜 생기냐면 대부분 종교적 갈등 때문에 생기는 일이 많습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근본이 화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과정은 창조주와 피조물간의 화해가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우리가 양육하고 번성하라는 자연을 양육하고 번성하기는커녕 괴롭히고 있고 그래서 자연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할 수 있어야 그래야 이 나라가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는 뜻에서 저희가 이번 125 주년 맞이하면서 한국교회가 갈, 우리 성공회가 가야할 과제를 그렇게 잡았습니다. 하나님, 자연, 인간과의 화해.
권: 이번 주말에 기념행사를 하시는데, 새로운 25주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김: 비전의 가장 커다란 핵심은 지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화해입니다. 우리 국내적으로 말씀 드리면, 단순히 남북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하면 잘 해소해서 통일로 가느냐는 커다란 명제가 있는 것이고요. 지금 저희는 남남갈등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념 갈등도 너무 너무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전 세계 어디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이념 싸움. 조금 저 사람이 나와 생각이 다르면 금방 좌파가 되고, 금방 진보가 되고, 금방 친북이 되는 이런 것, 이래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저 사람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을까,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 스스로 낮아지고,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반성하는 눈을 갖도록 해보자는 것이 이번 비전의 가장 커다란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기만 멋진 교회당보다 잘 사용되는 것이 중요"
권: 이번에 대성당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건물이 철거되면서 큰길에서 볼 때, 아주 멋진 경관이 조성되는데요. 선교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 이게 한 30년 됐습니다. 성서적으로 이야기하면, 여리고성을 돌아서 무너뜨린 것 같은 그런 느낌처럼 굉장히 오래전부터 노력을 해왔는데, 정말 여러 가지 좋은 기회가 생겨서 그야말로 일제의 상징인 덕수궁과 경복궁을 가로 막으려고 했었던 막이 없어진 거나 진배가 없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저희 성공회 쪽에서 보면 세상을 담 없이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고요. 길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담 없이 교회를 바라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저 바깥에 있는 사람이 교회를 바라볼 때 어떻게 보느냐, '참 멋있다. 예쁘다'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우리가 단순히 전도해야 할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데 쓰임 받을 수 있을까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라는 그런 각오를 가지게 됐어요.
전 세계 우리 성당보다 예쁜 성당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 관광지가 됐잖아요. 제가 여기 대성당에서 시무하는 신부님들이나 많은 분들 초청해서 이야기할 때 마다 그렇게 합니다. 관광지로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이것은 분명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이 세상을 잘 섬기기 위한 정말 좋은 도전이 지금 시작된다고 봐야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권: 다들 보기 좋아졌다고 이야기 하는데, 주교님께서는 보기 좋기만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요. 어떤 선교적 비전을 가지고 계십니까?
김: 이제는 세월이 조금 달라져서 조금 다른 양태를 띄고 있긴 합니다만, 대성당이라는 의미는 영어로 cathedral을 의미하는 것이고 cathedral은 라틴말로 의자를 뜻합니다. 주교의 의자가 있어서 대성당인데, 재미있는 것은 세계의 어느 대성당을 봐도 지금은 다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만은 주교 의자를 빼놓고는 의자를 안 만듭니다. 그것을 왜 안 만들었냐하면, 전쟁이 나면 그곳에 병원이어야 되고, 홍수가 나면 그곳에 다 도피해서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는 준비가 다 되었어야 하는 겁니다. 피난처고 그래서 보통 소위 교회를 일종의 피난처로 이해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저는 그게 교회의 가장 커다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다른 데서 안 받아주는 사람, 다른데서 손가락질하고 놀리는 사람 ,쳐다보지 않고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 세상의, 우주에 하늘나라의 주인이 된다고 선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이 교회가 보기 좋은 모습보다 잘 사용되는 교회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사용되는 교회는 절대로 안 없어집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왜 무너졌습니까. 잘 사용되지 않아서 무너진 겁니다. 앞으로 물론 성도들이 많은 교회에서 그 사람들을 담기 위해서 몇 천 명, 몇 만 명 되는 교회를 짓고 럭셔리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죠. 다 하나님 위해서 하는 것이니깐요. 단지 그것이 우리 사회에 혹은 이 백성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권: 보기 좋은 교회가 아니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교회가 되어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김: 우선 정말 꼭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들한테 세상 많은 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머리 숙여서 사과 드리고 싶어요 그간에 정신없이 전도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교회를 키워야 된다는가 그런 것 때문에 실제로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이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이제 정신 차려 가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 목사님들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하면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 어떤 긴장론이 느껴져요. 혹시 많이 밉더라고 잘 하겠거니, 오늘의 교회가 사회를 위해서 또 백성들을 위해서 조금 더 많은 기쁜 일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계시면 어떻해서든지 힘을 모아서 조금 더 안타까운 사람들 쓰다듬어 안고 그들과 함께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할테니깐 지켜봐주시고 응원 좀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권: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 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