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들도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혀를 찰 정도였다.
◇ 수업 중 '노출 사진' 띄워 학생들 보게 한 영어 교사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공립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박모씨는 지난 학기 수업 중 일부 학급에서 교실 전면에 있던 스크린에 여성들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고의로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이해주던 박 교사는 본문에 '옷을 입는다'는 뜻의 영어 단어가 나오자 "이미지를 직접 보여줘 이해를 돕겠다"며 교사용 컴퓨터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때 해당 단어에 슬그머니 부정 접두사를 붙여 '옷을 벗는다'는 의미의 단어를 입력한 뒤 검색 버튼을 눌렀고, 이에 따라 여성의 신체 일부가 드러난 사진 10여 장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이같은 사진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던 학생들은 수업 중 무방비 상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박 교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경찰은 여러 학급에 있던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대부분 일치하고 있어 박 교사의 진술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사는 지난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4개 학급의 영어 수업을 담당했다.
박 교사는 수업에서 "공부 못하는 여학생은 미아리나 가라" "사탕을 줄 테니 원조교제를 하자"며 학생들에게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다른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사는 "대학교를 지원할 때 미아리에 있는 무당을 찾아 점을 보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애정이 있어서 만진거지 불쾌감 주려한 것 아니다"
물리 교사인 고모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술 교사인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각각 여학생 6명과 2명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여러차례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평소 애정을 갖고 있었다"며 "신체 일부에 손을 대긴 했지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황당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술 교사 이씨는 피해 학생들을 회유해 입막음까지 시도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이들 교사들이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추행 범죄의 경우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처벌 대상이다.
또 우월적 지위를 가진 교사사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에게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면 피해 여학생들은 쉽게 반항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지난달 23일 박 교사와 이 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여학생들의 신체를 직접 만진 이 교사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서부지법은 물리교사 고씨에 대해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교장과 교무부장 역시 부인 "신체 접촉했지만 고의는 아니었다"
교무부장인 임모 교사는 지난해 2월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강제로 끌어안아 여교사가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는 등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교사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노래방에서 실랑이하던 도중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가 문을 연지 4개월 만인 2013년 7월과 같은해 12월에 소속 여교사를 두 차례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모 전 교장 역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해당 교장은 지난해 6월 한 여학생으로부터 "미술 선생님이 여학생 신체 일부를 만지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와 다른 교사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들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임 교무부장과 선 전 교장을 각각 강제추행,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공립학교 교사들의 단체 성추행이라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지만 정작 가해교사들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했다.
가해 교사 5명으로부터 수업을 듣던 학생들과 동료 여교사 4명을 포함하면 피해자 수는 모두 88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에 가해교사 5명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