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연방검찰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수상한 거래를 수사 중이다. 지난 2011년 2월 블래터 회장이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지급한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이 '몸통'이다.
블래터 회장은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뇌물과 비리 혐의가 적발된 데 이어 자신도 관리부실, 배임 등의 혐의로 스위스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스위스 연방검찰의 수사 가운데 플라티니 회장에 지급한 거액이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최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소환 조사 후 플라티니 UEFA 회장은 해당 금액에 대해 "1999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FIFA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한 대가"라고 설명했다. 블래터 FIFA 회장 역시 "고용관계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10년이나 지난 뒤에 지급한 거액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단순히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플라티니 UEFA 회장의 해명과 달리 스위스 연방검찰은 조사 내용에 따라 플라티니 UEFA 회장이 피의자도 될 수 있다고 밝혀 블래터 FIFA 회장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플라티니 UEFA 회장과 연관성이 수사 중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플라티니 UEFA 회장은 비리 문제로 5선에 성공하고도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힌 블래터 회장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주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의 비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밝혀질 경우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영국 'BBC'도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UEFA 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벼랑 끝의 플라티니, 경쟁 후보에게는 기회
플라티니 UEFA 회장의 비리 혐의가 주목을 받으면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나설 경쟁 후보들에게는 기회가 왔다.
비록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플라티니 UEFA 회장이 과거 FIFA 부회장을 지냈던 잭 워너처럼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수세에 몰렸던 경쟁 후보들은 이 기회를 '표심잡기'의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 실제로 일찌감치 플라티니 UEFA 회장의 지지를 공개 선언했던 일부 국가의 축구협회가 성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주요 후보 중 한 명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가장 먼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9일 "블래터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플라티니 UEFA 회장까지도 연루돼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함께 슬픔을 느낀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FIFA는 현재 붕괴 상태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FIFA와 각 대륙연맹은 임시 집행위원회와 임시총회를 개최해서 비상대책기구 설립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의 베팅업체들도 플라티니 UEFA 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블래터 회장의 대항마로 나섰지만 끝내 5선을 저지하지 못했던 알리 왕자는 재도전에서 가장 유력한 당선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