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그가 맡았던 홍찬미도 그런 부류의 캐릭터인 줄 알았다. 백도현(장현성)의 최측근 의원이자 최인경(송윤아)과는 앙숙이라는 설정이었느니.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공천에 목메고 정치공작에 얼룩져 차가운 표정을 짓던 홍찬미는 극 후반부 진상필(정재영)을 대신해 '딴청계'를 이끄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부드러운 미소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어셈블리'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예상외의 속 시원한 활약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었다.
어디 그뿐인가. 왠지 모르게 허당스러운 말투와 행동들은 김서형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귀여운 매력마저 느끼게 했다.
그만큼 홍찬미는 '악녀' 역할에 지쳐있던 김서형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2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서형의 표정은 개운해 보였다.
"그동안 김서형이 늘 해오던 모습의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뭔가 해소한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더 즐기면서 촬영에 임했죠. 똑같은 고민을 해도 더 즐겁게 고민했었으니까. 덕분에 얼굴도 더 예쁘게 잘 나온 것 아닐까요? 그리고 저 원래 흥 많고 애교 많은 여자예요. 하하."
다음은 김서형과의 일문일답.
A : 작품은 작품이고,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정치인을 연기한다고 해서 정치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내 몫은 작가님이 써놓은 대본을 잘 소화하는 것이다. 난 막장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물을 때도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었다.
Q :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은.
A :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게 많았다. 끝날 때는 '진정한 투표 하나로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
Q : 어떤 마음으로 홍찬미를 연기했나.
A : 전작들보다 복잡 미묘한 캐릭터를 연기 했다는 생각이 크다. 그냥 홍찬미를 연기하면서는 단순해지고 싶었다. 사실 정치 이야기 어렵지 않나. 용어들도 쉽지 않고. 그래서 배우들은 대본을 받고 외우기 바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몇 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았으니까. (웃음).
분명 여러모로 어려운 작품이었지만,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담겼다고 본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이야기하신 건 맞는 것 같다.
Q : '어셈블리', 그리고 홍찬미를 택한 이유는.
A : 전문직을 연기하는 것은 항상 재미있다. 이전 작품인 '개과천선'에서 검사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랬고. 결정적으로 내가 언제 국회의원을 또 해보겠나. 하하.
Q : 실제 국회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그곳에 계신분들의 반응은 어땠나.
A : 촬영하고 있는데 '정치해보니 어떠세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난 그냥 웃고 말았다. (웃음). 극 초반에는 홍찬미가 여성 의원들을 비하한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더라. 그것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Q : 김서형에게 '정치'란?
A : 정치인도 그냥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모든 사회 생활이 정치적이지 않나.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정치적인 일로 캐스팅에서 '팽' 당할 때가 있는데. (웃음). 가끔 정치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본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부족한 상태가 아닐까 싶다.
Q : 아쉽게도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A : 설명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어서 그런가. 그래도 정치에 관해 관심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A : 맞다. 주연과 조연 사이에서 간당간당하게 일하고 있다. 사실 일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상대 여배우를 이겨보자고 한 적도 없다. 그냥 최선을 다하는 삶이 중요했다. 한 신을 연기하더라도 잘 살려내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사실 요즘에는 고민도 있다. 주연을 맡고 싶다는 게 꿈이나 목표는 아닌데, '간당간당'이라는 위치를 한 번 이겨보고는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
Q : 김서형은 강한 이미지라는 편견도 있다.
A : 그래서 제의가 들어오는 작품들 속 캐릭터가 다 비슷비슷하다. 강해 보이는 캐릭터를 많이 해온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했다. 손을 빨고 살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이번 '어셈블리'도 그렇게 만났다.
Q : '어셈블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만약 시즌2를 한다면 또 출연하고 싶나.
A : 당연히 해야지. 사실 5회만 더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딴청계'에 홍찬미 말고도 많은 인물들이 있지 않았나. 세세한 부분들이 다 보여지지 않아 아쉬웠다. 시즌2를 한다면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도 재미있을 것 같고. 여주인공도 맡아보고 싶다.
Q : 향후 계획은.
A : '어셈블리'를 떠나보내 아쉬우면서도 또 기대된다. 또 다른 홍찬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늘 기대하면서 산다. 기대치가 크기에 매 작품을 들어갈 때 죽일 듯 '올인'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