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누가 더 고생하나','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서러운가' 등을 겨루는 내용으로 가득차는데, 그만큼 비중이 높은 수다거리 중 하나가 쇼핑을 통해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 얘기들이다.
추석 당일을 시댁에서 보냈다는 50대 주부는 "매년 하는 고생이지만, 먼 미래에도 적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행히 가족들이 나의 고생을 알기 때문에 명절 이후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CJ오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 일주일(9월11일~9월17일) 간 매출은 전월 동기 비교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주 악세사리는 목표치 대비 3.8배, 경락 롤러 이미용 기기는 2배 가량 높은 실적을 올렸다. CJ오쇼핑은 연휴가 끝난 30일부터 곧바로 천연진주 목걸이와 뷰티용품 등 힐링 아이템으로 무장해 주부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직후 일주일간 백화점 이용객들 가운데 40-50대 주부 고객들이 선호하는 장르의 매출은 최소 20% 이상 증가했다. 여성클래식 의류와 해외 패션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연휴 마지막 날인 28일부터 주부들의 로망인 모피를 할인 판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쇼핑이 명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모습이다. 패션과 미용 상품 뿐 아니라 간편식 매출도 함께 늘어난다.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명절 손님을 치르고 난 여성들이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즉석 식품의 매출이 추석 직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자기 보상형 소비 뿐 아니라 손목터널 증후군 등 실제 몸이 겪는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기능적 소비도 함께 증가한다. 안마기와 피부관리실 상품권 매출이 반짝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 직후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시작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명절 증후군을 쇼핑으로 극복하는데 유리한 환경이 될 것 같다"면서 "평소 아끼던 주부들이 고가의 보석이나 의류에 지갑을 여는 시기인 만큼 이들을 공략한 세일 제품들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