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세계에서 거래된 무기 가운데 3%는 우리나라가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점유율 3%는 세계 10위권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수조원대다.
수입무기의 89%는 미국제였다. 독일(5%)과 스웨덴(2%) 등의 점유율을 압도한다. 미국은 같은 기간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도 31%로 1위였는데, 대미 최다 수입국은 우리나라(점유율 9%)였다. UAE(8%)와 호주(8%)를 근소하게 눌렀다.
추후에 유럽과 러시아 무기가 선정경쟁에 참여할 여지가 생겼지만, 1·2차 FX(차기전투기) 사업에서 프랑스 라팔이 미국 F-15에 패하고 3차 FX사업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미국 F-35에 밀리는 등 미국산은 사실상 연승을 거뒀다. 지난 6월 공중급유기가 유럽산으로 채택된 정도가 이변이다.
전투기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E-737 조기경보 통제기 등 미국제도 사들이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에 대한 수입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열거된 무기들은 모두 '조 단위'의 거액이 드는 것들이다.
이 탓에 우리 군은 사실상 미국의 첨단무기 전시장이 되고 있지만, 반대급부 확보에는 큰 성과가 없다. 최근 F-35A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의 핵심기술 이전거부 문제가 불거졌다. F-16이나 F-15K 전투기도 별반 차이가 없었던 데다, 특히 블랙박스 접근 권한마저 확보를 못하는 등 정비관리에 미국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일본이나 이스라엘의 경우 각각 자본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 모두 다 취약한 우리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일본 등이 얻는 반대급부만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미국에만 의존하면서 협상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상황은 탈피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술이전에 적극적이라면 유럽 등 제3국으로도 첨단무기 수입선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추진단장은 "F-35는 애시당초 기술이전이 안되는 기종이었는데도 유로파이터 등을 배제시켰다"며 "이미 노태우 정부 때부터 무기 도입선을 다변화해 국익을 증진한다는 정책방향이 정해져 있는 상태지만 당국의 의지가 문제다. 방침대로 안 하니까 대미 의존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7조원이나 들여 전투기를 사면서 기술이전이 불충분하다는 점 등은 도 넘은 미국 퍼주기"며 "세금은 세금대로 탕진하면서 미국에 계속 의존하는 지금의 안보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