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은 인생의 황혼기인 70대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 분)과 하루 24시간을 바쁘게 쪼개 살아가고 있는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 전혀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스는 열정 넘치는 온라인 패션몰 CEO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언제나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곳까지 꼼꼼하게 경영한다. 당연히 몸은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귀여운 딸 아이, 전업주부 남편과 틈 날 때마다 시간을 보내지만 부족하기만 하다.
그런 줄스 앞에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된 벤이 나타난다. 처음 줄스에게 벤은 갑자기 뚝 떨어진 이방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벤과 함께 삶에 닥친 고민의 순간들을 헤쳐나가면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줄스의 고민이 크거나 사소하거나, 해결책은 단순하다. 복잡한 젊은이들과 달리 벤은 연륜과 지혜로 단숨에 줄스의 고민을 파악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 해결책은 대개 벤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구시대적인' 방식들이다. 벤은 젊은 세대가 '구식'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실 줄스가 위기를 맞았을 때, 벤이 그녀에게 하는 이야기가 특별하지는 않다. 그 이야기들이 벤의 입을 통해 특별해지는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어떤 것을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벤은 줄스에게 끊임없이 그것을 상기시키며 줄스가 자기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돕는다.
흥미로운 점은 성공한 인생 같은 이들이 결코 사회의 '주류'가 아니란 사실이다. 줄스의 사업은 여성이 주 고객이라는 이유로 무시 당하기 일쑤고, '워킹맘'인 신세 때문에 딸이 다니는 학교의 어머니들에게는 눈엣가시 취급을 받는다.
가정이 해체될 위기 속, 그녀의 무의식적인 죄책감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혹시 내가 일만 하며 바쁘게 살아서, 평범하지 못한 아내라서 이런 것이 아닐까. 영화는 벤을 통해 그것이 가정을 지키려 최선을 다해 온 줄스의 잘못이 아니며 성별을 떠나 한 인간의 자아 실현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40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퇴직하고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처음에는 누구도 벤을 동료로 받아들이지도, 그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벤의 현명함은 그와 젊은 세대 사이에 높이 쌓인 장벽조차 허문다.
'인턴'은 추석 개봉 영화 중 유일한 '남녀' 콤비다. 젠틀한 노신사로 분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외강내유' CEO 앤 해서웨이의 연기 조합도 훈훈한 기운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오늘(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