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절실했다" LG 안정환, 난세의 영웅 될까

창원 LG의 안정환 (사진 제공/KBL)

"저 먼저 숙소에 들어가도 될까요?"

올해 3월에 군 복무를 마치고 나온 안정환(27·창원 LG)이 구단에 요청했다. 2014-2015시즌이 끝나고 선수들이 휴가를 떠나 숙소와 체육관은 비어있는 시기였다.

구단은 흔쾌히 수락했다. 말릴 이유가 없었다. 안정환이 왜 이같은 요청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3순위 지명을 받아 LG 유니폼을 입었다. 191cm의 포워드 안정환은 명지대 시절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2010년 대학농구리그에서 한 경기 9개의 3점슛을 터뜨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LG는 슈터로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그를 지명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안정환은 데뷔 첫 시즌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4경기에서 총 16분(평균이 아니다) 동안 코트를 누볐다. 2012-2013시즌에는 22경기에서 평균 5분씩 뛰어 1.6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첫 두 시즌 동안 안정환은 전력 외였다.

안정환은 2013년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상무에 지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무 입대는 병역 의무를 앞둔 프로농구 선수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지 않으면 꾸준히 농구공을 만지면서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 출퇴근을 하는 공익근무는 그나마 낫다.

안정환은 "현역으로 군대에 가 체계적으로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과가 끝나고 개인 정비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했고 부대에 농구 골대가 있어 가끔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경기도 연천에서 포병으로 복무했다. 명지대 시절부터 외곽에서 정교한 '대포'를 날렸던 그다. 프로에서 첫 2시즌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군 복무 기간에는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농구가 절실해졌다.

안정환은 "군대에 입대하기 전보다 절실함이 더 커졌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부족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몫을 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안정환이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휴가를 떠난 동료들을 뒤로 하고 체육관에 남은 이유다. 재활을 하는 선수를 제외하고 순수히 운동을 하고 싶어 숙소에 머문 선수는 한동안 안정환 뿐이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안정환의 절실한 마음을 주목했다.

서울 삼성을 상대한 2015-2016시즌 개막전에 결장한 안정환은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인천 전자랜드전에 7분51초 동안 뛰었다. 기록은 초라했다. 3점슛 1개를 던져 실패했고 득점없이 경기를 마쳤다.

기회를 기다렸다. 바로 찾아왔다. 안정환은 지난 17일 원주 동부전에서 3점슛 4개를 터뜨리며 20점을 올렸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안정환이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안정환은 자신감을 얻었다.

23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LG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프로농구 출범 후 화성시에서 처음으로 열린 프로농구 경기의 주인공은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3점슛 10개를 던져 무려 8개를 림에 꽂았다. 24득점.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불과 6일 만에 갈아치웠다. 영양가도 높았다. 한때 25점 차로 앞서가던 LG는 3쿼터가 끝날 때 8점 차로 쫓겼다. 그러나 4쿼터 시작과 함께 터진 안정환의 3점포에 힘입어 달아날 수 있었다.

LG는 요즘 선수가 부족하다. 김종규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있고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과 부상 등으로 인해 가용 인원이 부족하다.

김진 LG 감독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안정환을 (팀 전력에서) 크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을 썼지만 팀이 처한 상황이 힘겨운 가운데 안정환의 분발은 반갑기만 하다.

김진 감독은 "슛 감각은 이지운과 더불어 우리 팀에서 가장 좋다. 슈터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안정환은 배짱이 있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연습 때 보면 안정환의 슛이 가장 안정적인 것 같다. 슛 자세와 궤적이 매우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은 올 시즌 4경기에서 평균 21분을 뛰어 12.8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은 61.9%,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3.3개다. 두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올라있다.

LG는 KGC인삼공사를 93-71로 눌렀다. 안정환은 26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한 주장 김영환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안정환은 "올 시즌처럼 뛰어본 게 처음이라 열심히 했다. 얼떨떨 하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요즘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LG는 가드는 부족해도 포워드 자원은 많다. 김종규가 복귀해 파워포워드 자리를 채우면 안정환이 주로 뛰는 스몰포워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10월 말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가 합류할지는 모르나 그 역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안정환은 올 시즌 얼마나 더 자주 기자회견장을 찾을 수 있을까. 그에게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바로 절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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