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척해 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노랫말처럼 실제로 세상은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가위의 날과 손잡이가 그렇고, 문고리도 오른쪽으로 돌려야만 열린다.
'디테일'에 소수인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이 숨어 있는 셈이다.
아이들을 위한 철학 신간 '난 왼손잡이야. 그게 어때서?'(지은이 미셸 피크말·펴낸곳 톡)는 "왼손잡이에 대한 탄압은 전 세계 공통의 역사"라고 전한다.
이 책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늘 존재해 왔지만, 늘 없는 존재처럼 부정당해 왔던 소수자 중 하나인 왼손잡이를 이야기한다. 지은이의 말을 들어보자.
'왼손잡이 어린이는 누구나 오른손잡이를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세상이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오른손잡이들이 쉽게 하는 일상생활의 수많은 행동들이 왼손잡이에게는 힘겨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중략) 아주 먼 선사 시대부터 왼손잡이는 늘 존재해 왔고, 자신들의 특수한 사고방식과 지적 능력을 세상에 표현해 왔습니다. 수많은 왼손잡이 덕에 인류는 지금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나는 굳게 믿습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는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
한 예로 사람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나뉘게 되는 이유는 우리 몸의 왼쪽과 오른쪽이 대칭을 이루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몸이 대칭 구조인 동물들은 모두 왼손잡이이거나 오른손잡이다.
이는 대칭이 되는 몸 중 어느 한쪽이 우세해야만 살아남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적을 만났을 때 빠르게 도망가려면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한쪽이 먼저 움직여야 하고, 먹을 것을 낚아챌 때도 어느 쪽 손이든 빨리 내미는 게 중요한 것이 그렇다.
우리가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가 된 것은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인 셈이다.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왼손잡이로 대변되는 사회적 소수자와 그들의 인권 문제로 우리를 이끈다는 점이다.
왼손잡이가 받아 왔던 억압의 역사와 사회에서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짚어보며 우리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소외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도록 돕는 까닭이다.
결국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소수자들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너희가 참아야지'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 책의 특별한 가치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