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aggro) [명사]: 일부러 공격적 발언을 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펼쳐 다른 사람을 도발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행위.
김주하 앵커가 강용석 변호사에게 돌직구를 던져 진땀을 빼게 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김주하 앵커의 돌직구성 질문에 네티즌들의 칭찬도 이어진다. '사이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속이 시원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김주하의 진실'이라는 코너 이름이 무색하게, 드러난 진실은 없다. 그나마 새로운 뉴스라면 강용석 변호사는 '디스패치'를 23일 고소할 예정이며, 김주하 앵커는 강 변호사가 보기에 '다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인물이라는 정도.
오히려 강용석 변호사가 거듭 주장해오던 (이미 6차례나 문제 없다고 결론났음에도)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또다시 반복해 들었고, 모 여성 파워블로거와 불륜이 아니라는 해명만 되새김질했다. 이미 수차례 보도가 된 내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간 내용이 없다. 방송 후 남은 것은 진땀 흘린 강용석 변호사뿐이다.
방송 내용을 살펴보자. 이날 김주하 앵커는 강용석 변호사에게 크게 3가지 주제의 질문을 했다.
첫째는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혐의를 재주장하는 이유, 둘째는 강용석 변호사와 모 여성의 불륜 의혹, 셋째는 '아나운서는 다 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김주하 앵커는 강용석 변호사에게 "자신의 불미스러운 사건(불륜 의혹)을 덮으려고 새 논란(박주신 씨 병역비리 의혹 제기)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3년여 전에는 이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으셨는데 이번에도 오해였다면 어떤 것을 내려놓을 것이냐"고 물었다.
강 변호사는 "뉴스는 뉴스로 덮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사실 이번에는 내려놓을 것이 없다. 'Nothing to lose'라고 잃을 게 없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이럴까 봐 신중하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원순-박주신 부자가 함께 구속되어야 할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에는 MRI만으로 판단했지만 지금은 X-ray 증거가 있다며, 박주신 씨의 항공료와 검진료를 자신이 전부 부담할 용의도 있으니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박주신 씨에 대한 질문은 여기까지였다. 오히려 강용석 변호사는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던 것 같았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려는 김주하 앵커에게 "이거(박주신 씨 병역 의혹 제기) 물으려고 부른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김 앵커의 초점은 다음 두 질문들에 있었다. 강 변호사를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모두 하차하게 만든 '불륜 의혹' 논란과 김 앵커가 작심한 듯 발언한 "나도 다 줄 것 같느냐"는 질문이었다.
강 변호사는 "불륜 문제는 안 물어보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김 앵커는 "어렵게 모셨는데 다른 질문도 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바로 불륜 문제가 제기된 사진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이 맞기에 즉각 해명을 안 한 것이고, 사진과는 무관하게 불륜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강 변호사는 "그 분과 전 각각 홍콩에 갈 일이 있어 갔고, 오후에 수영장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한 것일 뿐인데 이게 마치 무슨 밀월여행을 떠난 것처럼 됐다"며 "디스패치가 터트리고 나니 이거 뭐 어떻게 해명이고 뭐고 할 새가 없이 졸지에 불륜남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일(23일) 디스패치를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스패치를 고소하겠다는 얘기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이미 전에 수차례 보도된 내용이다.
김주하 앵커의 마지막 질문은 작심한 듯 보였다. 김 앵커는 "예전에 아나운서가 되려면 모든 걸 다 줄 준비가 돼야 한다고 하셨다. 저도 그렇게 보이시느냐"고 물었다.
"예?" 강 변호사는 당황하는 반응이었다. 불륜 의혹까지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간단명료하게 답하던 강 변호사의 말이 횡설수설이 됐다.
"아뇨, 전혀 그렇지 않고요. 김주하 앵커는 여대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10여 년간 오르지 않으셨나요. 제가 오늘 처음 뵀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적인 품위와 여러가지가 겸비된…".
강 변호사의 답변이 길어지자 김주하 앵커는 "지금 다른 말로 대답하고 계시다"며 말을 끊고, 즉각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앞서 강용석 변호사는 18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이 끝난 뒤 참석한 연세대학교 소속 2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과 저녁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 식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바 있다.
반대로 소수이긴 하지만 시청률을 끌려는 무리수였다는 평가도 있다. 새롭게 드러난 내용도 없으며, 방송 부적격(?) 인물을 다시 방송에 불러낸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뉴스가 아닌 토크쇼냐는 의견도 있다.
김 앵커가 '강용석'이라는 이슈메이커에게 망신을 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보려 한 것이라면 우선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MBC 퇴사 후에는 MBN으로 입사할 때 외에 주목받지 못했던 김주하 앵커의 이름 석 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뜨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김주하 앵커가 MBN 메인뉴스를 맡으면서 했던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진실이 의심받지 않는 뉴스를 전하겠다"는 다짐과 22일 방송은 분명히 다르다. 많은 이들의 속이 시원했을지는 몰라도 그저 어그로였지, 뉴스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