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던 조선 시대에는 풍속화를 '속화'라 부르며 천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화려한 색을 쓰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힌다고 여겼기에, 풍속화에도 화려한 색을 잘 쓰지 못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 말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이다. 그는 누구보다 화려한 색으로 그림을 장식했다.
다른 화원들이 주로 서민의 삶을 그렸다면, 신윤복은 양반들의 놀이 문화, 남녀의 사랑 등을 소재로 한 내용 역시 파격적이었다.
신윤복은 특히 당시 아무도 그리지 않던 여인을 많이 그렸다. 어머니로 대표되는 생활인으로서의 여인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간직한 본래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이러한 독특함 덕에 신윤복의 그림은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삶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언제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는지 알려지지 않은 까닭이다.
신간 '혜원 신윤복, 조선의 여인을 그리다'(글 최석조·그림 김민준·출판사 사계절)는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신윤복에 관한 기록을 모으고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한 결과물이다.
미술사를 전공하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은이는 신윤복의 삶과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 문화, 풍속, 미술사를 두루 망라하는 이야기를 쉽고 간명하게 풀어썼다.
현재 남아 있는 신윤복의 그림은 50점 남짓이다. 이 책에는 신윤복의 대표작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해 23점을 실었다.
조선시대 풍속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윤두서, 김홍도, 김득신, 신한평의 풍속화도 함께 실었다.
또한 한자로 쓰인 그림 제목을 모두 우리말로 옮기고, 그림의 해설과 문장도 쉽게 풀어 이해를 돕는다.
조선시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신윤복의 삶과 그림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조선시대 문화와 민중의 삶을 보다 깊이 있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