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교일 전 지검장, 김무성 사위 몰래 변론했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 이모씨의 마약 투약 사건의 변호를 맡았고 이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변호사가 7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선임계를 내지 않은 7건 가운데 한 건이 바로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사건이었다는 것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는 재판 중인 사건이나 수사(내사) 중인 형사사건의 변호 활동을 할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을 수임했다면 법조계의 병폐로 여겨지는 전관 변호사의 이른바 몰래변론, 전화변론이 확인된 것이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최 변호사와 서울동부지검은 이씨 사건의 경우에 선임계가 제출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단순한 행정 착오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변협은 최 변호사에게 관련 기록 누락 경위 등을 오는 30일까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교일 변호사의 선임계 미제출 여부와는 별개로 이씨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 사위인 이씨의 마약 투약 사건은 '봐주기 수사와 재판'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다. 이씨는 코카인 등 각종 마약을 15차례나 투약한 혐의가 적발되었지만, 구속 기소되었고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이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부장검사 출신의 A 변호사를 비롯한 여러명의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구속된 막판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 변호사까지 선임했다.

최 변호사는 이씨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동부지검 간부와 2011년 8월∼2013년 3월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기소 이후 재판 단계에서는 1심 판결을 맡은 판사와 고등학교 동문 출신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기도 했다.

그가 예외적이라고 할만큼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 이같은 막강한 변호인단의 힘이었다고 한다면 이는 사법정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가진 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전관예우를 활용해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이른바 전관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커지고 검찰의 수사와 사법 정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검찰의 사실상 2인자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지낸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변론을 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 변호사와 함께 서울 북부지검장 출신인 임모 변호사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형사 사건과 내사 중인 사건 등 5건을 변론한 것으로 확인돼 징계가 신청됐다.

선임계 미제출은 변호사법 위반일 뿐 아니라 탈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몰래변론, 전화변론을 통해 후배 검사 판사들에게 압력성 청탁을 넣는 법조비리의 시발점이 된다.

무엇보다 검찰권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현행 변호사법은 선임계 미제출에 대해 과태료 천만원 이하의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정도여서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우려가 크다.

차제에 변호사 선임계 미제출을 비롯해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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